[중앙선데이] 2018.06.09 00:01

5일 서울 서교동 한 골목에서 마이클·데비 캠벨 부부가 ‘집’으로 향하고 있다. 5년간 세상을 누빈 이들은 ‘매일 무엇인가를 배우는 한, 즐거운 한, 그리고 서로 사랑하는 한 유목민으로서의 삶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2013년 1월 40여 년 커리어를 뒤로 하고 은퇴한 마이클(73)과 데비(63) 캠벨 부부의 주요 자산들이었다. 스무살 첫 직장을 얻어 스포츠 프로모터로 일해 온 마이클, 어린 나이부터 그래픽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아 온 데비는 냉장고 문에 ‘버킷 리스트’를 붙여 두고 은퇴 기념 첫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어느 날 여행지 목록을 유심히 보던 딸은 “이 정도면 아예 민박하면서 장기 여행을 해도 될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당시엔 무엇을 볼지 다 정해 뒀죠. 계획 세우기가 여행에서 가장 즐거운 부분이에요. 우리는 '원숭이 퍼즐(monkey puzzle)'이라고 부르죠.”
여행가방 두 개, 베개 두 개, 16권째 여행 노트.
2018년 5월 말, 78번째 여행 국가로 한국을 방문한 캠벨 부부가 지니고 있는 자산들이다. 지난 5일 중앙SUNDAY와 만난 캠벨 부부는 한국에 대해 할 이야기가 이미 한 보따리였다. “2호선 녹색선에 ‘에이치(H)’로 시작되는 대학이 그렇게 많을 줄이야. 음식을 주문해야 하는데 선택해야 할 게 너무 많아 어찌나 어렵던지요.” 데비는 웃으며 쉴 새 없이 에피소드를 쏟아냈다.
![대륙을 누비며 유목민 생활을 만끽한는 캠벨 부부의 짐은 큰 트렁크 둘, 배낭 둘이 전부다. 그 이상은 여행을 방해한다. 물건을 사지 않고 만약 하나를 사면, 하나를 버린다. [캠벨 부부 제공]](http://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1806/09/9a261d55-5e7f-41f2-bcab-e2b56c40f09d.jpg)
대륙을 누비며 유목민 생활을 만끽한는 캠벨 부부의 짐은 큰 트렁크 둘, 배낭 둘이 전부다. 그 이상은 여행을 방해한다. 물건을 사지 않고 만약 하나를 사면, 하나를 버린다.
[캠벨 부부 제공]
세계 260여 개 도시를 방문하며 얻은 경험치는 5년 전과 비교할 게 아니다. 우선 에어비앤비로만 1000일 이상을 묵어 ‘수퍼 게스트’에 등극했다. 뉴욕타임스 서평란에 실린 책(『Your keys, Our home』)의 저자가 됐고, 인기 여행 사이트(seniornomads.com)의 주인장이 됐다.
처음 계획했던 6개월이 지나자 부부는 계획을 연장하고 집도 처분했다. 유럽을 돌고 아프리카 중동을 지나 뉴질랜드 호주를 거쳐 아시아로 들어왔다.한국 다음 목적지는 일본이다. 올여름에는 다시 프랑스와 유럽을 돌고 캐나다를 거쳐 10월에는 시애틀에서 결혼 40주년 기념식을 갖는다. 그 다음은? “78개국을 봤지만 아직도 못 가 본 곳이 너무 많아요. 10월 이후엔 브라질로 향할 것 같네요.”
그동안 이탈리아 해변의 요트 에어비엔비에서 흔들리며 쪽잠을 잔 적도 있고, 독일 잘츠부르크의 암반을 깎아 만든 동굴 숙소에서 지낸 밤도 있다. 마이클이 세어 보니 대략 200여 개 종류의 침상을 경험했다. 어딜 가나 베개는 꼭 들고 가는 이유다. 하루 평균 3~4마일(4.8~6.4 ㎞)을 걸으며 세상을 봤다. 에어비앤비를 하도 많이 이용하다 보니 지난해에는 샌프란시스코 에어비앤비 본사에서 10주간 인턴으로 일하는 독특한 경험도 했다. “딱 영화 ‘인턴’ 같았어요. 너무 젊은 동료들 틈에서 게스트 평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신선한 자극을 받았어요.” 데비의 말이다.
서울 서교동 주민 캠벨

마이클과 데비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얻은 숙소에 살면서 주민의 삶에 녹아드는 것을 즐긴다.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인근 벤치에서 포즈를 취했다. 신인섭 기자
![스포츠 프로모터로 오래 일한 '스포츠광' 마이클은 방문지에서 스포츠 경기 관람을 즐긴다. 지난 3일 잠실구장을 방문해 LG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를 관람했다. [캠벨 부부 제공]](http://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1806/09/d467fadd-da66-4578-85cd-19d000f1fa70.jpg)
스포츠 프로모터로 오래 일한 '스포츠광' 마이클은 방문지에서 스포츠 경기 관람을 즐긴다. 지난 3일 잠실구장을 방문해 LG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를 관람했다.
[캠벨 부부 제공]
![캠벨 부부는 '세계 시민'이라는 마음으로 산다. 방문한 곳 뉴스는 '내 일'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5일 비무장지대 투어 이후 포즈를 취했다. [캠벨 부부 제공]](http://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1806/09/fee9287a-fe18-41bb-ba5f-d6e74139730f.jpg)
캠벨 부부는 '세계 시민'이라는 마음으로 산다. 방문한 곳 뉴스는 '내 일'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5일 비무장지대 투어 이후 포즈를 취했다. [캠벨 부부 제공]
![캠벨 부부는 '세계 시민'이라는 마음으로 산다. 방문한 곳 뉴스는 '내 일'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5일 비무장지대 투어 이후 포즈를 취했다. [캠벨 부부 제공]](http://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1806/09/e4b51d6b-48b5-41d8-8151-324a12e0c96f.jpg)
캠벨 부부는 '세계 시민'이라는 마음으로 산다. 방문한 곳 뉴스는 '내 일'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5일 비무장지대 투어 이후 포즈를 취했다. [캠벨 부부 제공]

데비는 '올드 스쿨' 방식으로 여행을 기록한다. 대학 노트에 빼곡하게 감상을 적고 이후 시니어노마드 사이트에 올릴 기초 자료로 사용한다. 벌써 16권째 노트를 작성하고 있다. 전영선 기자
부부는 자칭 타칭 ‘시니어 노마드’, 그러니까 은퇴 유목민이다. “우리는 여행하는 게 아니에요. 길 위에 우리 집이 있을 뿐이죠.”
유명 관광지를 보겠다고 무리하지 않고 여행자의 속도가 아닌 생활인의 속도로 움직인다. 빨래와 요리를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낮잠을 자기도 한다. 인근 종교시설을 구경하면서 같이 예배도 보고 주민 대상 무료 이벤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얼마를 머물든지간에 그 동네에 스며든다.
![여행자가 아니라 방문한 곳의 주민으로 산다는 이들은 방문지 이벤트에 적극 참여한다. 호주 여행 중 난민 지원 센터에서 자원 봉사로 샐러드를 만들고 있는 데비 캠벨 [캠벨 부부 제공]](http://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1806/09/e81b61c6-227d-4de5-8b0e-73856e8b8c0e.jpg)
여행자가 아니라 방문한 곳의 주민으로 산다는 이들은 방문지 이벤트에 적극 참여한다. 호주 여행 중 난민 지원 센터에서 자원 봉사로 샐러드를 만들고 있는 데비 캠벨
[캠벨 부부 제공]
물론 포기한 것도 있다. 이들 부부는 물건을 사지 않는다. 어차피 하나를 사면 하나를 짐에서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저가항공을 이용하고 외식도 거의 하지 않고 숙소에서 밥을 해먹거나 간단히 거리 음식으로 때운다.
부부 여행의 기술
부부가 24시간을 함께하면 싸울 일은 없을까. 캠벨 부부는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 중 하나”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데비는 “다행히도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고 서로 각각 맡은 바가 달라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마이클이 아프리카를 썩 내켜 하지 않았다는 정도가 지난 5년간 가장 큰 이견이었다. 예술가 기질이 강한 데비와 정보 습득을 중요시하는 마이클이 서로 하고 싶은 게 다른 날은 각각 따로 움직인다.
“나이가 많다고 좁은 세상에 갇히지 말아야죠. 꼭 우리처럼 여행일 필요는 없어요.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도 ‘할 수 없는 이유’ 수십 가지를 만들어 피하지 말고 용기를 끌어모아 도전하세요.”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시니어 노마드(Senior Nomads)= 연장자(시니어)와 유목민(노마드)을 합친 단어로 직장에서 은퇴한 후 모든 재산을 처분해 자유롭게 여행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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