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7.23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네덜란드 오션코의 첨단 요트,
길이: 115m, 폭: 18m, 2018년.
바다 위에 떠있는 길고 날렵한 형태의 요트가
눈길을 끈다. 기존 최고급 요트들의 인공적인
외관과는 사뭇 다른 자연적인 모습이 낯설지 않다.
지난 2월 두바이에서 개최된 요트 쇼에서
네덜란드의 오션코(Oceanco)가 선보인 최첨단
요트 콘셉트는 폴리네시아 원주민들의
카누(canoe)에서 유래되었다.
'투후라(Tuhura)'라는 이름부터 '발견하다'
'탐험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마오리(Maori)족
언어이다. 원시인들이 통나무의 속을 파내어
만든 '더그아웃(dugout)'에 뿌리를 둔 카누는
태평양의 거친 파도를 헤치고 수천㎞를
항해하기에 적합한 형태로 진화되었다.
외부 디자인을 담당한 이고리 로바노프(Igor
Lovanov)는 탐험과 발견의 감각을 부각시키기
위해 초기 카누의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형태를
재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길고 좁은 구조이지만, '흘수(선체가 물속에
잠기는 깊이)'가 3.9m나 되어 매우 안정적이다.
추진력을 높이기 위해 선박 엔지니어링
전문 회사 BMT의 협조로 스웨덴의 ABB 프로펠러 시스템을 장착하여 최고 시속이 18노트(약 시속 33.3㎞)에 달한다.
선체의 앞뒤 부분이 살짝 높고 가운데가 평평한 갑판 위에 설치된 긴 타원형 선실의 내부는 티크 원목으로 마감하여
고급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널찍한 유리창들을 비스듬히 설치하여 실내에서도 바다의 풍광을 잘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오션코는 이 요트의 콘셉트 디자인을 기본으로 고객이 원하는 특별한 사양(仕樣)을 반영하여 제작한다.
마오리족이 오래 진화시킨 카누의 토속적인 형태가 최고급 요트 디자인으로 거듭나는 것을 보니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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