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사설>제동 걸린 원전 英 수출..脫원전 리스크부터 걷어내야

바람아님 2018. 8. 2. 08:15

문화일보 2018.08.01. 12:20


기정사실로 여겨졌던 원전 영국 수출에 돌연 제동이 걸렸다. 도시바는 총사업비 150억 달러(약 22조 원) 규모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프로젝트 사업권을 가진 뉴젠 매각과 관련, 한국전력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해지한다고 지난달 25일 통보했다. 도시바는 뉴젠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중국 등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올 상반기 중 인수계약을 마칠 예정이었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두 번째, 선진국으로는 첫 수출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계약이 틀어진 데는 사업방식을 둘러싼 당사자 간 이해가 얽혀 있다. 바라카 원전이 UAE 정부가 건설비를 전액 부담하는 방식이었다면, 무어사이드 원전은 한전이 자금을 조달해 지은 뒤 직접 운영하며 수익을 내야 한다. 영국 정부는 전기료 수준을 낮추려 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으로 참여한 한전과 이견을 보였다고 한다. 최근에는 비용을 일부 대면서 수익과 손실 위험을 분담하는 ‘RAB 방식’을 제안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겉보기엔 한전과 도시바 간의 문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기조와 무관하다고 보긴 어렵다. 한국의 새 정부 출범과 신임 사장 임명을 ‘불확실성’으로 꼽은 영국 가디언 보도는 괜히 나온 건 아닐 것이다. 한 나라에 원전 건설은 거대 프로젝트이고, 무어사이드 원전만 해도 사업자가 30여 년 유지·보수를 책임져야 한다. 원전을 백안시하는 나라에 선뜻 맡기려 하겠는가. 영국에서는 물론, 앞으로 이어질 원전 수주 경쟁에서 국내 기업은 원죄처럼 탈원전 리스크를 떠안고 갈 수밖에 없다.


무어사이드 원전 수주가 불투명해지면서 탈원전과 원전 수출을 병행한다는 문 정부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국내에서 신규 원전 계획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끝나는 2021년 이후엔 일감이 없어진다. 원전 4기 건설 무산으로 3만 개 일자리가 날아갔고, 대학에선 원자력 인재들이 탈출하고 있다. 수출마저 막히면 기술·인력 인프라는 더 빠르게 무너질 것이다. 탈원전하면서 수출로 활로를 찾는다는 발상부터가 난센스다. 애초에 잘못 짠 탈원전 정책의 허구와 모순을 바로잡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