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일사일언] 내게 '죽음'이 다가온다면

바람아님 2018. 9. 26. 09:31

(조선일보 2018.09.26 장재열·청춘 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 대표)


장재열·청춘 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 대표장재열 청춘 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 대표


깊은 밤, 우연히 입 깊숙한 곳에 종기가 난 것을 발견했다. 만져보니 딱딱한 것이 종양 같기도 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비슷한 모양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의 이름은 편도 종양, 즉 편도암이라고 했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암 진단을 받고 요양 중인 친구를 만나고 온 날이었다.

"우리 생각이랑 달라, 죽음이 찾아오는 순간은."  친구는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상담하다 보면 가장 익숙해지는 단어 중 하나가 '죽음'이다.

매일같이 삶의 무게에 치여 죽고 싶음을 토로하는 내담자를 종종 만난다. 실제로 몇은 세상을 떠났다.

일곱 살 때 친동생의 사망을 목격한 것을 시작으로, 이 직업에 이르기까지 '죽음'이라는 존재는 피부 가까운 곳에

닿아있었음에도 '내겐 해당 없음'이라며 애써 눈감고 있던 건지도 모른다.


아침 첫 진료까지 10시간은 기다려야 했지만, 잠을 쉬이 이룰 수 없었다. 대신 책 한 권을 폈다.

일본의 호스피스 병동 전문의 오쓰 슈이치가 쓴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였다.

'모든 것을 마무리해야 하는 마지막 순간에 인생은 쉽게 넘어가 주는 법이 없고,

한 사람의 일생을 철저하고 잔혹하게 점검하기 시작한다'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글은,

암이 주는 신체의 통증만큼이나 컸던 마음의 통증, 환자들의 마지막 '후회'를 생생히 담아낸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책장을 넘기다 종이 한 장을 펴 들었다.

내게 죽음이 가까워져 있다면, 서른넷의 나는 무엇을 쓸까. 반년 전에 써둔 '30대에 이루고 싶은 것들'과는 사뭇 달랐다.

삶이 지속된다는 가정 아래 쓴 것들은 '지금을 인고한 후 주어질 혜택'을 중심으로 구성되곤 했다.

밤새 두 종이를 번갈아 보며 새벽을 맞이했다.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지만, 그 밤이 남긴 흔적은 가볍지 않다.

이 글이 신문에 실릴 때쯤, 나는 고향 마을에 새 둥지를 틀기로 했다.

그날 밤 남긴 버킷리스트 두 장 중 하나를 휴지통에 구겨 넣으면서.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말하는)
   저자 오츠 슈이치/ 황소연역/ 21세기북스/ 2011/  240p


 목차


프롤로그 _ 죽음을 앞에 두고


첫 번째 후회,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두 번째 후회,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세 번째 후회,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네 번째 후회, 친절을 베풀었더라면
다섯 번째 후회,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여섯 번째 후회,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
일곱 번째 후회,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더라면
여덟 번째 후회,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아홉 번째 후회, 기억에 남는 연애를 했더라면
열 번째 후회,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열한 번째 후회,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열두 번째 후회, 고향을 찾아가보았더라면
열세 번째 후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맛보았더라면
열네 번째 후회, 결혼했더라면
열다섯 번째 후회, 자식이 있었더라면



열여섯 번째 후회, 자식을 혼인시켰더라면
열일곱 번째 후회, 유산을 미리 염두에 두었더라면
열여덟 번째 후회, 내 장례식을 생각했더라면
열아홉 번째 후회, 내가 살아온 증거를 남겨두었더라면
스무 번째 후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스물한 번째 후회, 건강을 소중히 여겼더라면
스물두 번째 후회, 좀 더 일찍 담배를 끊었더라면
스물세 번째 후회, 건강할 때 마지막 의사를 밝혔더라면
스물네 번째 후회, 치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스물다섯 번째 후회, 신의 가르침을 알았더라면




에필로그 _ 죽음을 넘어 삶을 향해
역자의 말 _ 정말 고맙습니다




출판사 서평


죽음 앞에 선 말기 환자들이 항상 후회하는 것들…
그리고 “후회 없는 삶과 죽음”을 위한
스물다섯 가지 키워드!


남은 시간은 불과 몇 주.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손과 다리.
하루 중 대부분을 침대에서 보내고
머리조차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렇게 인생의 마지막에 서 있는 이에게
세상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지금 무엇을 가장 후회하고 있나요?”


우리는 한없이 참고 또 참으며 비로서 끝에 이르러서야
자신을 속이며 살아왔다는 걸 깨닫는다.
정말로 하고 싶었던 것을 미루고 또 미룬 후에야
이제 더 이상 ‘뒤’가 남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들은 묻는다.

“선생님 오직 참으면서 살아온 제 인생은

대체 뭐였던 걸까요?”


우리의 심금을 울렸던 미국 애플사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의 명대사가 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것이 내게 가장 중요했다.

죽음을 생각하면 무언가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열 일곱 살 때 ‘하루하루가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산다면 언젠가는 바른길에 서 있게 될 것’이라는 글을 읽었다.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다. 죽음은 삶을 변화시킨다.

여러분의 삶에도 죽음이 찾아온다. 인생을 낭비하지 말기 바란다.”


실제로 눈 앞에 다가오기 전까지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는 게 인간이다.

때문에 ‘후회’를 먹고 사는 생물이 인간일지 모른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21세기북스 출간, 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옮김)’에는

이처럼 실제로 죽음 앞에 선 1000명의 말기 환자들이 남기는 ‘마지막 후회’의 공통분모가 담겨 있다.


말기 암 환자들의 고통을 완화시켜주는 호스피스 전문의인 저자는 어느 순간 ‘세상에는 수많은 인생이 있듯

수많은 후회가 있지만 그들의 마지막 후회에는 커다란 공통분모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의학 기술은 인생이 던져준 마지막 숙제에 후회하고 괴로워하는 그들의 마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모든 것을 마무리해야 하는 마지막 순간에 인생은 쉽게 넘어가주는 법이 없고,

한 사람의 일생을 철저하고 잔혹하게 점검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가끔 이런 가정을 한다. ‘내게 단 하루가 남아 있다면…….’
어느 누군가는 보고팠던 이들을 만나러 갈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미처 다하지 못한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마음 속에는 항상 ‘언젠가’가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이 ‘실제로’ 다가왔을 때 그 ‘언젠가’의 무게는 잔인하고 무거운 숙제로 우리에게 남게 된다.

우리에게 ‘한번뿐인 인생’이라는 말은 이미 식상한 단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1000명의 환자들이 남긴 마지막 후회들을 읽고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  “당신에게 단 하루가 남아 있다면……”


인생을 재점검하게 하는 그들의 스물다섯 가지 후회
이 책의 소재가 되고 있는 스물다섯 가지 후회들은 1000명이 넘는 말기 환자들과의 이야기와 죽음을 토대로 만들어진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이다.

호스피스 전문의인 저자는 약으로도 처방할 수 없는 환자들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며 인간이 죽음이라는 커다란 마침표에

섰을 때 하게 되는 ‘후회들’의 공통점을 알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에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도 아주 드물지만,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저자는 이처럼 자신이 느꼈던 후회의 공통분모를 좀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면서 인생을 재점검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한다. 그런 그의 바람은 일본 네티즌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고 있는데,

이미 국내 네티즌 사이에도 입소문으로 알려져 사람들 사이에서 인생을 점검하고 진정 하고 싶은 것들을

되돌려보게 하는 ‘버킷리스트’로 활용하고 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친절을 베풀었더라면……, 등 이 책에서 다루는 소재들은 어쩌면 우리가 한번쯤은 들어봄 직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 녹아 있는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할 만큼 충분히 공감을 일으킨다.

아울러 유산문제, 자식문제, 결혼문제, 종교 등 죽기 전에 현실적으로 다가옴직한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어,

죽음을 대비하는 사람들이 인생의 마무리를 재점검할 수 있는 키워드를 제공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