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0.15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이건 아냐, 정말 아냐!(C'EST NON, NON, NON, ET NON!)" 페미니즘(여성주의)을 외치는 프랑스어 현수막과
포스터 등을 모자이크한 건물이 눈길을 끈다.
서울 청담동에 있는 '하우스 오브 디올'은 '2018~2019 가을·겨울 컬렉션'을 홍보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건물 전체를 여성 디자이너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디자인한 천으로 덮었다.
치우리는 혁신을 위해 기존의 질서를 바꾸려는 저항 정신을 페미니즘 관련 이미지로 표현했다.
‘하우스 오브 디올’의 외관, 원래 모습(왼쪽), ‘2018~2019 가을·겨울 컬렉션’ 캠페인(오른쪽).
동일한 디자인이 파리 몽테뉴가의 '디오르 부티크'에도 설치됐다.
원래 2015년 6월에 개관한 디오르 하우스는 새하얗게 피어난 꽃 같은 모습으로 제각기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명품점 건물들 사이에서 돋보였다. 프리츠커상(1994년)을 받은 프랑스 건축가 크리스티앙 드 포잠박과
실내 디자이너 피터 마리노가 함께 디자인한 이 건물은 뽀얀 아이보리색의 유려한 곡면들이 비정형적인
조화를 이뤄서 호평을 받았다.
2011년 6월부터 스케치 작업을 시작해 완성까지 4년이 걸린 디자인 콘셉트는 최고의 예술성을 앞세우는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예술적 자존심을 새하얀 꽃의 형상으로 재현하는 것이었다.
서양 건축가가 한복의 가볍고 섬세한 질감에서 영감을 얻어 플라스틱과 레진 소재로 섬유를 두른 것처럼
부드러운 곡면을 만들어내는 데는 우리나라의 앞선 선박 제조 기술이 한몫했다.
추상적인 디자인 콘셉트를 살리는 어려운 공정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베르나르 아르노 디오르 회장의
격려와 지원이 주효했다. 한시적으로 건축물의 외관을 송두리째 바꾸며 '이건 아냐'를 앞세우는 창의적인
저항 의식이 '디오르다움'을 만들고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우스 오브 디올" 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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