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핵 CVID 강조하며 '對北 수교' 딱 잘라 거부한 프랑스
문화일보 2018.10.16. 12:10북한의 강력한 반발로 한동안 공식 발표에서 사라졌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핵 폐기(CVID) 표현이 한·프랑스 공동선언의 맨 앞부분에 다시 등장했다. 프랑스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양국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서 격상시키기로 합의하며 26개 항의 공동선언을 채택했는데, 본문의 첫 문장이 ‘CVID에 의견을 같이했다’이다. 양국은 또 관계 격상의 기반이 될 ‘공통의 가치’를 민주주의, 인권, 법치주의, 다자주의의 순으로 열거했다.
CVID는 지난 2006년 북한 1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유엔 대북(對北) 제재 결의에 규정된 내용이지만, 지난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당시 북한의 반대로 공동발표문에 포함되지 못했다. 그 뒤 미국 행정부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북한은 지난 8월에는 CVID를 언급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적시해 “물정 모르는 망발”이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공동성명은,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면서 미국과 중국·러시아 사이의 ‘캐스팅보트’ 역할도 하는 프랑스의 입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제재 완화를 통해 비핵화가 더 촉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공동회견에서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할 때까지 대북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면서 제재 지속 쪽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평양에 2011년 인도적·문화적 교류를 위한 협력 사무실을 열었고, 지금 평양과 외교관계를 맺을 계획은 없다”면서 대북 수교 가능성을 딱 잘라 부인했다. 북한은 1968년 서방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파리에 민간 무역대표부를 설치한 뒤 끊임없이 구애하듯 수교를 희망했다. 그러나 지금도 프랑스는 인권·핵 문제를 들어 유럽연합 중 수교를 거부하는 2개국(다른 나라는 에스토니아)에 속해 있다. 문 대통령은 제재 완화를 위한 프랑스 역할을 기대했을지 모른다. 그랬다면 혹 떼려다 혹 붙인 모양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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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프랑스에 대북 제재 완화 요청했다 거부당한 문 대통령
조선일보 2018.10.17. 03:20문재인 대통령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적어도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UN 제재의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전체 핵 규모를 공개하고 상당 정도의 핵무기를 폐기하는 데까지 갔다면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실제 그 정도까지 진도가 나가면 문 대통령 제안처럼 점진적인 제재 완화라는 당근을 북에 주는 것이 완전한 핵 폐기를 촉진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는커녕 출발점 부근에서 맴돌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방북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핵 리스트 신고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오히려 종전 선언과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이 보도를 부인하는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와 핵시설, 핵물질을 신고하는 것이 비핵화의 입구다. 북한의 핵을 완전히 없애려면 북한이 핵을 어디에 얼마나 갖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북은 그 첫 발자국 떼는 조치를 '강도적 요구'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비핵화가 상당 정도 진전된 것처럼 말한다. 지난달 말 한·미 정상회담 때는 "이제 북한의 핵 포기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공식화됐다"고 했다. 그런데 미국 북핵 전문가들은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폐기 조치에 대해 실질적인 핵 폐기가 아니라고 본다.
문 대통령은 한두 달 내에 북핵 폐기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이를 것처럼 보고 있다. 그렇게 보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제재 완화를 통해 비핵화를 촉진하자"는, 국제사회 인식과는 동떨어진 제안을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은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할 때까지 대북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재 완화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한·프랑스 정상회담 공동선언 첫머리엔 '한반도의 비핵화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구절이 담겼다. CVID는 북한이 몸서리치게 거부감을 보이는 표현이어서 미국조차 잘 쓰지 않는다. 아마도 마크롱 대통령이 강력하게 주장해서 선언문에 담겼을 것이다.
정부는 미국이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해 유연성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질적인 비핵화가 될 때까지 대북 제재가 유지돼야 한다"는 게 프랑스를 포함한 국제사회 전체의 공감대인 것이다. 그래야만 비핵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정부는 지금 북핵 폐기를 향해 가는지 그 반대로 가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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