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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美, 대북 '세컨더리 제재' 경고.. 韓에 쏠리는 의심 털어내야/[사설] 한국이 대북 제재 위반 '요주의 국가' 됐다

바람아님 2018. 10. 16. 07:24

[사설]美, 대북 '세컨더리 제재' 경고.. 韓에 쏠리는 의심 털어내야

동아일보 2018.10.15. 03:00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명단의 북한 관련 기관·개인 신상정보란에 ‘세컨더리 제재 주의(secondary sanctions risk)’라는 문구를 최근 추가했다. 세컨더리 제재는 제재 대상 국가, 즉 북한과 거래한 제3국 개인 또는 기관까지 처벌하는 미국 독자적 제재로서 ‘세컨더리 보이콧’과 같은 개념이다.


대북제재 위반에 대한 경고 수위를 올린 이번 조치는 미 재무부가 지난달 이례적으로 우리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7곳과 전화회의를 열어 엄격한 대북제재 준수를 주문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 재무부는 9·19 남북 평양공동선언 발표 직후 우리 은행들과의 전화회의를 요청해 “제재를 위반하지 않길 바란다. 너무 앞서가면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우리 은행들의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에 대한 명백한 경고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대북제재 완화를 둘러싼 한미 정부 간 이견은 잇단 불협화음으로 표출되고 있다. 우리 외교부 장관의 부주의한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싸늘한 공개 경고까지 낳았다. 미국의 불신은 이제 한국의 은행들에까지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앞서 7월엔 북한산 석탄이 국내에 밀반입되는 과정에 국내 은행이 연루됐다는 의혹까지 산 바 있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북한과 직접 거래하지 않더라도 북한과 거래하는 한국이나 외국 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 자체가 대북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


대북제재 위반으로 세컨더리 제재 대상이 되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금융망에서 퇴출될 뿐만 아니라 파산까지 각오해야 한다. 미국 금융제재의 파괴력은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로 입증된 바 있다. 당시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던 마카오의 BDA은행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정했고, 세계의 모든 금융기관은 북한과의 자금 거래를 중단했다. 북한엔 ‘피가 얼어붙는 고통’을 줬고, BDA은행은 파산과 함께 존재 자체가 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럽 순방에 앞선 BBC 인터뷰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국제 제재의 틀 속에서 그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시작하려 한다”며 공동조사와 연구, 향후 방안 협의 등을 예시했다. 제재를 완화하는 조치가 아닌, 제재 완화에 대비한 조치라는 얘기지만 그 경계는 모호하기만 하다. 특히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미국은 엄격한 제재 이행을 강조하며 한국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의심부터 털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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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이 대북 제재 위반 '요주의 국가' 됐다

 조선일보 2018.10.15. 03:20
 

미 재무부가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 직후 한국 은행들에 직접 연락해 대북 제재 준수를 요청한 사실이 국감장에서 공개됐다. 미측은 국내 국책 및 시중은행 7곳에 대북 관련 사업 현황을 묻고 "너무 앞서가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말이 요청이지 사실상 경고다. 미 전문가들은 "만약 (한국 은행들이) 북한과의 거래에 관여한다면 미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주말 주미 대사는 국감에서 미 조야(朝野)로부터 '한국이 너무 남북 관계에서 과속하고 있다. 제재를 강화해야 북한이 핵 포기 협상에 나올 것 아니냐'는 항의를 받았다고 시인했다.


미국이 한동안은 대상 국가가 어디인지 밝히지 않고 "대북 제재를 허물지 말라"고 하더니 요즘 들어서는 아예 한국을 적시해서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미 국무부 부차관보는 이례적으로 서울에서 남북 경협 기업들을 불러 모아 놓고 "일부 예외 인정을 대북 제재 해제로 오인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급기야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한국은 미국의 승인이 없이 (제재 해제와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대북 제재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이런 일들은 미국이 한국을 사실상 '제재 구멍'으로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만의 시각이 아니다.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 관련 기사에서 "한국에서 대북 제재를 낮추는 방안이 공개적으로 고려되고 있다"는 문정인 안보특보의 말을 인용하면서 "문 대통령이 프랑스에 오는 것은 북한 입장을 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고용 참사가 벌어지고 저성장 늪에 빠져드는 나라의 경제부총리가 IMF, 세계은행 총재와 만나 "북한이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국제사회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니 한국을 그렇게 보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우리 정부는 올 초부터 평창 올림픽, 이산가족 면회, 남북 군 통신선 복구 등을 계기로 인물·연료·물자 등의 이동에 관해 제재 예외를 인정받았다. 미국도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성 등을 감안해 눈감아 준 것이다. 그러나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 정부가 계속 남북 경협 사업에 속도를 내려 하자 불편함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것은 김정은의 '핵 없는 한반도' 약속을 실천에 옮기도록 만들 지렛대가 제재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과의 관계가 환상적"이라며 대북 협상에 대해 낙관론에 빠져있는 트럼프 대통령마저 "무언가를 얻지 않고는 제재를 풀 수 없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핵의 직접적인 위협 대상인 대한민국 대통령이 해야 할 말을 대신 해준 셈이다. 그런데 거꾸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대북 제재를 허무는 요주의 국가로 취급받고 있다. 기막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