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1.28 나해란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뇌와 공포증
요즘 독감 예방접종을 받는 친구가 많지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도 "병원 가서 주사 맞는다"고 하면 울음을 뚝 그칠 만큼 주사 맞기는 두려운 일이에요.
주사를 맞으면 따갑고 아프니까 주사를 싫어하는 건 당연해요.
하지만 어떤 친구는 주사를 맞는 상상만 해도 엄청나게 불안해진다고 해요. 바로 '주사 공포증'이라는 병이죠.
이와 비슷하게 '피 무서움증'이라는 병도 있어요.
피가 나는 걸 도저히 못 보는 거예요. 이처럼 특정한 상황이나 물체를 무서워하는 것을 '특정 공포증'이라고 해요.
▲ /게티이미지뱅크
사실 불안한 느낌이 드는 건 사람에게 아주 정상이에요. 심지어 생존에 필수적인 대응 현상이랍니다.
위험한 상황에서 뇌는 우리 몸을 보호하고자 본능적으로 '불안 스위치'를 켠답니다.
불안 스위치가 켜진 뇌는 집중하거나 긴장할 때 나오는 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요.
예를 들어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각성 호르몬이 나오는데요, 이 호르몬은 우리 몸에 '어서 도망가라'고 지시합니다.
예를 들어 혼자 있는데 무서운 사자와 맞닥뜨리면 어떻게 될까요? 심장은 급격히 빨리 뛸 거예요.
두 눈을 부릅뜨고 잘 살피며 달려야 하기 때문에 동공도 커집니다. 온몸이 위기 상태에 놓이니 혈압도 올라가고요.
반면 도망가면서 여유롭게 식사하거나 소화할 순 없으니 위장관 활동은 급격히 줄어들지요.
특정 공포증이 꼭 주사나 피를 무서워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우르르 쾅' 하고 번개가 치거나 창문이 날아갈 듯 거센 폭풍우가 내릴 때 덜덜 떨려 꼼짝 못 하는 친구도 있어요.
특정 공포증은 열 살 정도까지는 흔하게 생길 수 있어요.
개나 고양이에게 물린 적이 없는데도 이유 없이 무서워 피하는 것도 특정 공포증 중 하나지요.
그럼 어른이 되면 무서움을 느끼는 대상이 없어질까요?
아니요. 나이가 들면 승강기나 창문 없는 곳처럼 막힌 곳을 두려워하는 '폐쇄 공포증',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고소 공포증'이 생길 수 있어요. 갑자기 비행기 타는 걸 무서워하게 될 수도 있죠.
공포증이 단순히 마음 문제가 아니라 병일 수 있기 때문에 뭔가를 많이 무서워하는 사람을 보고
무작정 엄살을 피운다고만 할 수는 없어요.
증상이 심하면 자율신경계가 놀라 일시적으로 기절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생명에는 전혀 지장이 없으니 안심해도 됩니다.
너무 힘들고 신경 쓰인다면 무조건 혼자 이겨내려고 할 필요는 없어요.
특정 공포증이 심하면 단계적으로 안정하는 치료를 하는 편이 나아요.
물론 자라면서 자연스레 없어지기도 하니까 무서워하는 대상이 있다고 해서 너무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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