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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魚友야담] 인간이 있는 곳에는 친절의 기회가 있다

바람아님 2018. 12. 17. 18:04

(조선일보 2018.12.15 어수웅·주말뉴스부장)


[魚友야담]

[아무튼, 주말] 인간이 있는 곳에는 친절의 기회가 있다


어수웅·주말뉴스부장어수웅·주말뉴스부장


지난주 이 자리에서 '올해의 책'을 꼽았더니 '올해의 영화'는 무엇이냐는 독자의 질문을

여럿 받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는 엊그제 극장에서 본 '인생 후르츠'가 먼저 떠오릅니다.

상 받은 예술 영화도, 할리우드 대작 영화도 아닌 90세 할아버지와 87세 할머니의 65년

해로(偕老)를 담은 일본 다큐멘터리.


국어사전은 해로를 '부부가 평생 함께 살며 함께 늙음'이라고 정의합니다.

주지하다시피 흔하면 더 이상 귀하지 않습니다. 함께 살며 함께 늙음. 요즘은 드문 사례죠.

하지만 단지 그뿐만은 아닙니다.

지금의 어떤 20대들이 들으면 기겁할 주인공 할머니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기 때문입니다.

남편 아침 식사 준비가 평생 가장 큰 기쁨이었다, 잘 먹어줘서 늘 고마웠다,

여자는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누우면 안 된다, 여자는 늘 웃어야 한다고 배웠다….


양성평등이 최우선 관심 중 하나인 2018년 대한민국에서 자칫 시대착오로 비난받을 문제적 발언들을 할머니는

늘 방긋방긋 웃으며 말합니다. 참, 공정을 기하기 위해 할아버지의 말과 삶도 병기(倂記)해야겠군요.

늘 할머니에게 존댓말을 쓰고, '내 최고의 여자 친구'라고 소개하며, 몸을 써야 하는 일은 당연히 솔선수범.

봄무·딸기·무화과·토란… 텃밭에서 과일 50종, 채소 70종을 가꾸는 은퇴한 건축가.


며칠 전 국민일보의 설문조사가 잊히지 않습니다.

세대마다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갈등이 뚜렷하게 다르더군요.

노년은 이념 갈등, 중장년은 빈부 갈등인 데 반해 20대는 남녀 갈등.

이 세대 남성 75.9%는 페미니즘을 반대한다고 대답했고, 같은 세대 여성 64%는 지지한다고 답변했죠.


그 격차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이야기하려면 별도의 지면이 필요할 겁니다. 쉬운 일도 아니고요.

하지만 창밖으로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지금 톨스토이의 문장을 순서 바꿔 인용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행한 가정은 늘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지만, 행복한 가정은 늘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다.

인용 하나 더. 고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이 있는 곳에는 친절의 기회가 있다."


남성과 여성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그것부터. 연말연시, 친절의 기회는 어느 때보다 더 많을 겁니다.
 


인생 후르츠  Life Is Fruity

 

감독 후시하라 켄시 
출연 키키 키린 
편집 오카다 시게루 
제작사 Tokai Television Broadcast Company 
배급사 (주)엣나인필름 
개봉일 2017년 1월 2일 (일본)/ 2018년 12월 6일 (대한민국) 
시간  90분 
언어 일본어 


웹사이트 http://life-is-fruity.com/ 

《인생 후르츠》(영어: Life Is Fruity)은 2017년 01월에 개봉한 일본의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후시하라 켄시가 감독을 맡았다.
일본은 2017년 01월 02일에 대한민국은 2018년 12월 06일에 개봉되었다.


줄거리[편집]

오래 익을수록 인생은 맛있다!
90세 건축가 할아버지 ‘츠바타 슈이치’와
87세 못 하는 게 없는 슈퍼 할머니 ‘츠바타 히데코’,
둘이 합쳐 177살, 혼자 산 날보다 함께 산 날이 더 긴 부부는
50년 살아온 집에서 과일 50종과 채소 70종을 키우며 살아간다.
어느 날 슈이치는 설계 의뢰를 받고 늘 꿈꾸던 자연과 공존하는
 이상적인 건축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