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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의 말과 글] [85] 너는 착한 아이

바람아님 2019. 2. 9. 12:33

(조선일보 2019.02.09 백영옥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백영옥 소설가


영화 '너는 착한 아이'에서 가장 마음 아팠던 장면은 엄마가 아이를 때리는 장면이 아니었다.

아이를 나무라는 그 엄마의 손을 붙잡고, 갑자기 껴안는 다른 엄마의 모습이었다.

"너도 학대당했던 거지?"라고 묻는 이 여자 역시 학대의 기억을 가진 피해 생존자.

그녀는 앞머리로 가린 담배빵 자국을 가리킨다.

과거 폭력의 피해자가 또 다른 피해자(이며 가해자)를 알아본 순간이다.


어릴 때 맞고 자란 기억 때문에 연애도 결혼도 두렵다는 남자가 있었다.

그의 마지막 말은 "아버지처럼 될까 봐 겁난다"였다.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폭력 가해자의 70퍼센트가 어린 시절 폭력을 경험했다는 통계다.

무의식중에 학대의 피해자는 '잘못하면 맞는 거구나'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학습한 피해자는 '잘못하면 때려도 되는 거구나'라고 믿는 가해자로 성장한다.

하지만 이 통계에는 가려진 진실이 있다.

폭력을 경험했던 사람의 30퍼센트는 폭력 가해자가 되지 않는다는 걸 내포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꾸는 건 이 30퍼센트의 사람들이다.


신영복의 '담론'에는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길이 머리에서 가슴으로까지 내려가는 여정이란 말이 나온다.

그만큼 사람의 변화가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다'와 '변하기 힘들다'는 다른 말이다.

그 차이를 무시해버리면 세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중세 유럽의 귀족 가정에는 '휘핑보이'가 있었다. 귀족 아이 대신 매를 맞는 하층 계급의 아이다.

'사랑해서 때린다는 말'이란 책에는 휘핑보이를 바라보는 귀족 아이의 두려움을 이렇게 표현한다.

'내가 잘못을 하면 누가 나를 대신해서 맞는 상황이 불러일으키는 공포. 그것 역시 체벌의 다른 모습입니다.'


'맞을 짓' '사랑의 매'란 말로 폭력을 합리화하는 사람들에게조차 폭력의 이유가 '화가 나서'일 때가 많다.

평화학 연구자 정희진은 폭력의 이유를 '때릴 수 있으니까 때리는 것뿐'이라고 분석한다.

우리는 이 말을 아프게 되새겨야 한다. 



너는 착한 아이야
저자 : 나카와키 하쓰에/ 홍성민/

작은씨앗/ 2013/ 319 p
833.6-ㄴ42ㄴ/ [정독]어문학족보실/ 

[강서]3층

너는 착한 아이 = きみはいい子
오미보 감독/ 하은미디어/ 콘텐츠게이트/

2016/ DVD 1매(121분)
NBT00002894 / [정독]디지털자료실(2동3층)
NBC000014684/ [강서]디지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