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房/自作詩와 에세이
사과나무의 꿈
~芯 九~
봄 눈 채 녹지 않고
잔설 남아있는 이른 아침
삭둑삭둑 가위질 소리에
스르르 졸음 불러 오지만
초보농부 서툰 가위질에
상처 날까 쉬 잠들지 못한다
눈 녹은 물이 계곡을 흘러 내릴 때쯤
나도 기지개 켜고
봄 꽃눈을 여기 저기 매달아 본다
내 몸 먼저 걱정한 초보 농부
주저 없이 꽃눈 따내고
남은 꽃에 벌 나비 날아 들어
작은 열매 맺게 해준다
따가운 여름 햇빛 둠뿍 받아
사과 모양 갖춰가면
멀리서 시샘하며 바라보던 태풍 찾아와
내 두 팔 사정없이 비틀며 지나가고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가을비가
볼 연지를 씻어 내려
볼품없게 된 모습에 찾는 이 없어도
맘씨 좋은 초보농부
내 몸 걱정 먼저 한다
내년엔 더 큼직하고,
앵두보다 더 붉게 단장하여
초보농부 활짝 펴 웃는 얼굴
보고 싶다
<늦은 나이에 귀촌한 곰탱이를 위한 글>
♪ 아름다운 것들/양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