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房/自作詩와 에세이

사과나무의 꿈

바람아님 2013. 12. 9. 11:25

  

사과나무의 꿈   

                          ~芯 九~

 

봄 눈 채 녹지 않고

잔설 남아있는 이른 아침

삭둑삭둑 가위질 소리에

스르르 졸음 불러 오지만

 

초보농부 서툰 가위질에

상처 날까 쉬 잠들지 못한다

 

눈 녹은 물이 계곡을 흘러 내릴 때쯤

나도 기지개 켜고

봄 꽃눈을 여기 저기 매달아 본다

 

내 몸 먼저 걱정한 초보 농부

주저 없이 꽃눈 따내고

남은 꽃에 벌 나비 날아 들어

작은 열매 맺게 해준다

 

따가운 여름 햇빛 둠뿍 받아

사과 모양 갖춰가면

멀리서 시샘하며 바라보던 태풍 찾아와

내 두 팔 사정없이 비틀며 지나가고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가을비가

볼 연지를 씻어 내려

볼품없게 된 모습에 찾는 이 없어도

 

맘씨 좋은 초보농부

내 몸 걱정 먼저 한다

 

내년엔 더 큼직하고,

앵두보다 더 붉게 단장하여

 초보농부 활짝 펴 웃는 얼굴

보고 싶다

 

                                         <늦은 나이에 귀촌한 곰탱이를 위한 글>

                                                                               아름다운 것들/양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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