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공원>
노란 은행잎
~芯 九~
바람이라도 불면
우수수 떨어져
금방 수북이 쌓이는 노랑 은행잎
봄날 새싹으로 태어나
비바람 견디며
단단한 열매 맺게 하느라
가슴이 노랗게 멍들었나 보다
나무에 달렸을 땐
곱다고 호들갑 떨더니
이제 낙엽 되니 시선 하나 주는 이 없다
어느새,
노란 은행잎 되어 버린 내 모습
쫓기는 도망자처럼 모자 깊게 눌러쓰고
공원 안쪽 벤치를 찾아 든다
구름 짙게 덮여
두발 딛고 설 공간하나
보이지 않는 세상바다에
달랑 낡은 몸 돛 하나가 전부인
그래서 갈 곳 없어 방황하는
긴~ 여행의 끝이 여기인가
음-, 짧은 신음이
어둠 속에 묻혀버리고
여기 저기 가로등 불이 들어올 때쯤
툭툭 털고 일어나
집으로 향해 보지만
내딛는 발이 자꾸만 허공을 찬다
<계남공원 은행나무 아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