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時事·常識

[魚友야담] 나훈아의 청춘, 당신들의 청춘

바람아님 2019. 3. 24. 20:52

(조선일보 2019.03.23 어수웅·주말뉴스부장)


[魚友야담] 나훈아의 청춘, 당신들의 청춘


어수웅·주말뉴스부장어수웅·주말뉴스부장

시간을 이기는 건 예술밖에 없다고 합니다. 간혹 인용하는 금언(金言)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오직 예술만이 지치지 않고 우리와 함께 머문다.

예술의 문을 통해 우리는 행복한 신전으로 들어간다."

뉴욕에 있는 미국문학예술아카데미(AAAL)의 청동문에 새겨져 있는 문구입니다.


엊그제 을지로에서 힘차게 펄럭이는 나훈아 콘서트 깃발을 보았습니다.

제목은 '청춘 어게인'. 오늘 자 지면에 실린 '궁금할 때 차트'의 콘서트 예매 순위 1위도 단연 나훈아죠.

예매 사이트가 열리자마자 8분 만에 4만5000장이 매진됐다고 합니다.

나훈아는 올해 72세죠. '청춘'과 '72', '8분'과 '4만5000장'이라는 숫자를 함께 생각해 보았습니다.

거창하지만, AAAL의 청동문을 떠올린 이유입니다.


그러고 보니 '청춘'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공연이 하나 더 있습니다.

다음 주 토요일인 30일에 열리는 '2019 불타는 청춘 콘서트'. SBS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에 출연하는

'왕년의 스타'들의 공연입니다. 양수경 신효범 김도균 장호일 임재욱 최재훈 김완선 이재영 김부용 구본승….

20대 시절에는 톱스타였지만, 지금은 자식 또래의 아이돌에게 자리를 물려준 선배들이죠.


청춘이라는 단어를 되새깁니다.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 6070세대에게도 그들의 청춘이, 4050세대에게도 그들만의 봄이 있을 겁니다.


마침 오늘 자 9면에 실린 세대론의 제목은 '사추기(思秋期) 앓는 40대'. 1990년대 X세대라고 불리던 신세대가

이제는 40대가 되어 중년의 열병을 앓고 있다는 김미리 기자의 리포트죠.

곡절 없는 세대가 따로 있겠나마는, 얼추 비슷한 또래라 조금 더 애틋한지도 모릅니다.

이들 세대는 한국 대중문화의 비약적 성장과 출발선부터 함께 달렸다는 자의식이 있죠.

유년 시절에 목격한 컬러TV의 1981년 공식 출범, 1989년 해외여행 자율화와 함께 시작한 대학생 배낭여행을 기억합니다.


다시, 나훈아와 불타는 청춘, 그리고 AAAL의 청동문으로 돌아옵니다.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작품만이 '고전'이라는 월계관을 쓰죠. 대중예술과 순수예술의 구분은 그다음 문제.

당대의 소비로 끝나는 작품은 양쪽 모두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당신의 청춘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