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時事·常識

적폐청산 관련 첫 ‘대통령 고발’…‘과거사 조사’ 역풍 조짐

바람아님 2019. 6. 8. 08:18


문화일보 : 2019년 06월 07일(金)


‘곽상도 고발’ 등 후폭풍 확산

표적된 사람의 방어권 없이
‘아니면 말고’ 식 수사 행태
출범때부터 ‘편향성’ 논란

“과거사委에 대한 과거사委
정권 바뀌면 생겨날 가능성”


▲ ‘속 빈’ 발표 과거사위원회가 최근 18개월 동안의 활동을 마쳤으나 사회적 갈등만 초래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정한중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장 대행, 문준영 검찰과거사위 위원,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이 과거사 조사결과를 밝히는 모습. 자료사진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을 직권남용혐의로 고발하고, 위원회를 무고 및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하기로 한 것은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고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성을 지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과거사와 관련한 17개 사건을 조사·심의한 후 권고 결정을 내렸던 과거사위의 1년 6개월 활동이 끝났지만 논란이 됐었던 주요사건의 결과를 뒤집을 만한 결과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출범 단계에서부터 ‘편향성 논란’ = 2017년 12월 처음 활동을 시작한 과거사위는 수사·재판 단계에서 은폐와 강압수사 등이 벌어졌다고 지적받아온 사건들을 선정하고 과거 검찰의 과오를 재조사했다. 주로 현대사의 주요 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가 벌어졌던 사건들이 재조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의혹이 상당함에도 검찰이 수사 및 기소를 거부하거나 현저히 지연시킨 사건 등도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부터 당장 편향성 논란이 일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위원이 대거 가담한 과거사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관련된 민감한 사건을 상당수 선정했다. 이후에도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활동 내내 정치적 편향성 시비에서 끝내 자유롭지 못했다.

◇피의사실 공표 등 인권 문제 해결하겠다더니 = 과거사위는 지난달 28일 ‘피의사실 공표’ 문제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사위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17개 사건 중 하나였다. 과거사위는 이 자리에서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이를 통제할 법률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작 피의사실 공표를 검찰의 대표적 병폐로 지목했던 조사단이 똑같은 일을 벌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실상의 표적수사가 이뤄졌지만 그 과정에서 수사 대상에게 방어권이 제대로 주어졌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결론이 정해져 있는 조사는 인권 문제와도 직결됐다. 고문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예단을 갖고 수사를 벌이면 인권 침해의 소지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재(再)과거사위’ 악순환 고리 끊어야 = 이번 과거사위를 두고 주요 과거사 사건에 대해 조사하고 검찰총장 사과, 제도 개선 등을 권고하는 등 일부 성과도 냈지만 한계가 명확했다는 평가와 함께 숱한 논란만 남기며 “상처를 치유하려 만든 위원회가 오히려 상처만 더 후벼 팠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나아가 “이번 과거사위 활동에 대한 과거사위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마저 나오면서 당초 검찰 등 국가폭력이 남긴 과오에 대해 진상을 밝히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수위와 함께 과거사위도 하나씩 같이 만들어질 판”이라며 “정권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다시 끄집어내 벌을 줄 수도 있다는, 법치주의의 보루가 훼손된 것이 가장 뼈아프다”고 말했다.

이희권 ·송유근·서종민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