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만물상] 한국인·일본인

바람아님 2019. 7. 1. 08:21
조선일보 2019.06.29 03:16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때 본 장면이다. 70대 노부부의 집이 무너져 아내가 깔렸다. 구조작업 끝에 아내를 꺼냈지만 숨을 거둔 뒤였다. 그런데 남편이 통곡하는 대신 구조대원들에게 90도로 절하며 계속해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를 외쳤다. 눈물 한 방울 없이 자기감정을 통제하고 있었다. 당시 지진으로 6000여명이 사망했지만 어디서도 오열이라곤 없었다. 로봇을 보는 듯 오싹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일본인이라고 슬픔이 없을 리 없다. 그러나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참는다. 남에게 폐 끼치는 '메이와쿠(迷惑)'를 거의 '죄악'시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격정적이라면 일본인은 냉정하다. 한국인이라면 땅을 치며 통곡할 상황에서도 일본인은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 그런 태도가 세계가 찬탄하는 일본식 질서 의식을 낳았지만 때로는 비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도쿄 특파원 시절 일본 사람들이 다른 별의 외계인 같다고 생각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