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7.01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런던 시내에 웬 돌너와집?" 하이드 파크의 켄싱턴 가든에서
'2019 서펜타인 파빌리온(Serpentine Pavillion· 사진)'이 6월 21일 문을 열었다.
2000년부터 서펜타인 갤러리가 해마다 선정한 50세 미만의 건축가에게 의뢰하여
짓는 이 임시 건축물은 여름 별관으로 운영되며 신건축 사조를 체험하게 해준다.
통산 19번째인 금년 파빌리온은 일본 건축가 이시가미 준야(1974년생)의
작품이며 10월 6일 철거된다.
일본인으로는 네 번째로 초청된 이시가미는 옛것 중 어떤 것을 새로운 건축에
포함시켜야 할지 숙고해야 한다는 소신대로 가장 토착적인 지붕 소재인
슬레이트(얇은 돌판)로 누구에게나 열린 '자유로운 공간'인 캐노피(canopy·
비바람을 막으려고 하늘을 가리는 차양)를 조성했다. 전체 무게가 61t에 달하는
진회색 콜롬비아산 슬레이트 조각들을 일일이 짜 맞춰 얹은 캐노피는 가운데가
불룩한 긴 삼각형이다. 모서리로 갈수록 낮아져서 콘크리트 바닥과 거의 맞닿아
돌 언덕이 잔디밭에서 자라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부에는 무작위로 설치한 106개의 가느다란 강철 기둥과 촘촘히 짜인 철망이 무거운 지붕을 지탱해준다.
슬레이트의 무게를 최대한 분산시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엔지니어링 회사 AECOM과 협력했다.
천장에 매달린 조명기구, 특별히 디자인 한 수련 잎 모양의 테이블과 스툴 덕분에 휴식과 사색을 위한 공간이 구색을 갖췄다.
원시시대부터 세계 어디에서나 지붕을 이는 소재였던 슬레이트로 지은 캐노피에서는 서로가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하려 한 이시가미의 의도가 엿보인다. 여름 한 철 내내 신건축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전통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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