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평화에 취한 군대'는 군대 아니다
문화일보 2019.07.25. 11:40
북한 핵무기에 관대한 사람들
미국과 제재를 걸림돌로 생각
軍에도 주입해 힘 빼려고 시도
호랑이에 풀 먹이면 앞도 못 봐
삼척항 사건은 軍의 시력 상실
强軍이 2년 만에 ‘속 빈 강정’
감성적 민족주의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 관대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북한이 핵 보유를 추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이며, 북한의 핵은 미국을 겨냥한 것일 뿐, 대한민국을 겨누는 게 아니라고 믿는다. 그래서 북핵 문제는 미·북 간의 문제이며, 우리는 당사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즉, 우리는 당사자가 아닌 중재자의 입장에서, 북한을 설득하기보다는 오히려 미국을 설득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은 북핵 폐기에 대해 절박감을 갖고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미국 주도의 대북 국제 제재가 사태 해결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며, 핵을 개발한 북한보다는 이를 심하게 다루는 미국이 갈등의 원인 제공자라며 못마땅해할 뿐이다. 북한이 비밀리에 핵을 개발하던 1990년대에는, 북한은 절대로 핵을 개발할 능력도 의도도 없다면서 경쟁하듯 장담했다. 북한의 핵은 한국을 겨냥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인식도 다르다. 굳이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면서까지 사드를 배치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또, 냉전 해체 이후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탐탁지 않은 입장이며 한·미 동맹을 민족 단합과 통일의 걸림돌로 여긴다. 주한미군의 주둔도 절박하게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연방제든 뭐든 통일이 되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내 인권 문제에는 매우 민감하면서도 북한의 인권 문제에는 입을 다문다. 북한 지도부가 인민들의 행복과 복지보다는 자신들의 체제 유지를 우선시하는 것도 이해할 뿐만 아니라, 북한에서만큼은 주민들의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반민족적 행위로 간주한다.
이들은 자유 월남이 공산 월맹에 의해 무력으로 점령되고 패망하는 모습을 보고 희열을 느낀 사람들이다. 오늘날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개발해 미국을 위협하고 세계를 긴장시키는 모습에서도 같은 희열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그들은 평화를 내세운다. 평화가 어떤 선언이나 약속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선전하면서, 평화를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힘을 빼서 선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공정한 군사 합의와 군사적 옵션의 폐기, 훈련의 감소, 대비태세의 완화, 줄이고 보자 식의 국방개혁 등 위험한 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평화는 정치적 언어이지 군사적 언어가 아니다. 그런데도 군대에 평화를 주입해 힘을 빼려 한다. 육식동물인 호랑이에게 고기 대신 풀을 먹게 하면 근섬유(muscle fiber)가 망가지고 시력이 감퇴돼 결국 여우에게 놀림당하는 신세가 된다. 우리 군대가 이미 시력을 상실해 피아(彼我) 구분도 못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는 것은, 최근의 삼척항 북한 목선 귀순 사건이 잘 말해 준다. 군사적 상황판단과 보고는 정직성과 신속성이 핵심이다. 군사적 판단 결과를 정치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는 군이 고민할 사항이 아니다. 그것은 청와대나 외교부, 통일부에서 할 일이다. 만약 군이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군사적 상황판단을 달리한다면 그것은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군대가 평화에 취하다 보니 이제는 훈련에 대한 공개적 거부감까지도 표출되고 있다. 훈련을 많이 시킨다고 군단장을 해임해 달라고 하는 청원 제기, 신병교육대에서 20㎞ 행군을 제외시킨다는 방침, 훈련 때마다 여러 가지 핑계로 훈련 불참 인원이 너무 많다는 여론 등은 이미 군 생활을 경험한 베테랑들에게는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던 정예 강군(强軍)이 현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2년 사이에 ‘속 빈 강정’이 된 것이다. 과연 그 책임이 장병들에게 있는 것인가, 아니면 무책임하게 평화를 강요한 군 통수권자에게 있는 것인가.
패트릭 섀너핸 전 미국 국방장관대행은 언론 인터뷰에서 “나의 임무는 외교의 실패에 대비하는 데 있다”고 했다. 군대는 평화를 만드는 조직이 아니라, 평화를 힘으로 지키고, 평화 실패 시 국가를 방위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힘에 의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가 아니라, 상대편의 선의에 기대는 힘 빼기 평화에서 군대가 설 자리는 없다. 군대가 평화에 취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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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에 등장한 北군복·인공기..전대협 유튜브 중계에 경찰출동
뉴스1 2019.07.25. 23:50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북한군인 옷차림을 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전대협) 소속 8명이 인공기(북한 국기)를 든 채 퍼포먼스를 벌이다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24일 오후 2시2분쯤 유튜브 채널을 보고있던 시청자로부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다수인이 북한군인 복장으로 인공기를 들고 해변가를 걷고있다'는 내용의 112 신고가 들어왔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전대협 소속 남성 8명과 여성 1명이 북한군인 복장을 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유인물과 장난감 총기를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은 유튜브에 올리기 위해 촬영하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위법 여부를 검토했으나 국가안보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모의총기를 소지한 사실과 관련해서는 법률적으로 검토한 뒤 혐의가 인정될 경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choah45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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