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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놓고 南 따돌리기… 北-美 사이 설 땅 좁아지는 한국/[사설] 北 通美封南 '안보 뒷전' 文정부가 자초했다

바람아님 2019. 8. 12. 09:07

北, 대놓고 南 따돌리기… 北-美 사이 설 땅 좁아지는 한국

동아일보 2019-08-12 03:00

       

[北, 美엔 손짓 南엔 위협]김정은 ‘한미 갈라치기’ 본격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0일 태블릿PC를 이용해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김 위원장이 10일 발사한 신형 탄도미사일에 대해 “새 무기는 기존의 무기 체계들과는 또 다른 우월한 전술적 특성을 가진 무기 체계”라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북한이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로 대남 도발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터무니없고 비싸다(ridiculous and expensive)”고 평가하면서 남북미 3각 구도에서 한국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판문점 남북미 회동 42일 만에 북한이 이달 말 북-미 대화 재개 의향을 밝혔지만 정작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는 것.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미 갈라치기 외교가 본격화되면서 북-미 대화 중에도 한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미사일이 날아드는 한반도 정세의 ‘뉴 노멀(New Normal)’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트럼프 두둔에 對南 추가 도발 위협한 北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김 위원장의 친서를 언급하며 “친서에서 김정은은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는 대로 만나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고 아주 친절하게(very nicely) 적었다”고 밝혔다. 그는 “친서의 대부분은 터무니없고 비싼 훈련에 대한 불만이 대부분이었다”며 “그것(친서)은 단거리 미사일 실험에 대한 작은 사과(small apology)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정은을 머지않은 미래에 만나길 고대한다”며 “핵 없는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10일 오전 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북한이 올 들어 7번째 발사체 도발을 감행한 지 약 15시간이 지난 뒤 나왔다. 북한이 한국을 위협하는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을 두둔한 것.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은 다른 쪽(한국)이 미국과 함께하는 ‘워게임’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나도 결코 좋아한 적이 없었다”며 “거기에 돈을 지불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 외무성은 이후 11일 권정근 미국담당국장 담화를 통해 한국을 비핵화 대화에서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외무성은 “앞으로 대화에로 향한 좋은 기류가 생겨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철저히 이러한 대화는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군사연습을 한 데 대해 하다못해 그럴싸한 변명이나 해명이라도 성의껏 하기 전에는 북남 사이의 접촉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에 대해 꼭 계산할 것”이라고 했다. 외무성은 또 “미국 대통령까지 아주 작은 미사일시험이라고 하면서 우리의 자위권을 인정했는데 도대체 남조선 당국이 뭐길래 군사적 긴장 격화니, 중단 촉구니 뭐니 하며 횡설수설하고 있는가”라며 트럼프 트윗을 근거로 한국을 비난했다.

관련기사

○ 북-미 대화 낄 자리 더 좁아진 한국

김 위원장의 친서와 북한 외무성 담화를 종합하면 북한은 이날 시작된 한미 연합 지휘소훈련이 끝나는 20일 이후 6월 말 판문점 회동에서 약속한 북-미 실무협상 재개 의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비핵화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한국이 연합훈련에 대한 사과나 중단 계획을 밝히지 않는 한 한국을 겨냥한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위협했다.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되면 남북 관계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는 청와대의 기대에서 크게 벗어난 행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묵인하면서 북한이 도발 명분으로 내세운 한미 연합훈련을 비판하는 등 사실상 북한 도발 책임을 한국에 돌리면서 청와대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북한이 미국과의 실무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데 방점을 찍었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과 노골적인 조롱에도 비핵화 협상 동력이 유지되고 있는 것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대남 비난 의도에 대해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할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북한이 협상을 앞두고 내부 결속 차원에서 더욱 강경한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북-미 대화가 재개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라며 “비핵화 협상이 일단 다시 열리면 한국의 역할이 다시 중요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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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 通美封南 '안보 뒷전' 文정부가 자초했다

디지털타임스 2019.08.11. 18:13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다며 '한미연합훈련이 터무니 없고 돈이 많이 든다. 마음에 든 적 없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휴전' 중인 상대는 치켜세우고 동맹국과 실시하는 연합훈련을 폄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중에는 이미 한미동맹이 사라진 것 같다. 북이 탄도미사일을 연속 발사하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 단거리라며 문제 삼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북은 미국 대통령까지 자위권 차원의 미사일 시험임을 인정했다며 현재 진행 중인 한미연합지휘소연습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북이 대화에 나간다 해도 철저히 조미(미북)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남북대화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편지에서 한미연합훈련이 종료될 때 시험발사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전역을 사정권에 둔 미사일을 연거푸 쏘아대며 위협하면서 대화의 상대는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고 한다. 6월 판문점 남북미 수뇌 3자 회동 이후 잠복했던 북의 통미봉남(通 美封南)이 다시 부상하고 있는 조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협상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왔다. 심지어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란 모욕적인 말까지 들어가며 북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 노력했다. 그러나 작년 6·12 싱가포르 미북 회담까지는 역할을 했을지 모르지만, 이후 문 대통령이 중재가 힘을 발휘한 적은 없다. 북의 통미봉남은 한국을 소외시킴으로써 더욱더 북에 대해 저자세로 나오도록 하는 계략일 것이다. 문 정부가 '패싱'을 안 당하려면 이제까지와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북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상응한 조치까지도 검토해야 한다. 안보를 뒷전에 두니 무시를 자초하는 것 아닌가.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합연습 마저도 포기하면 한미동맹은 사실상 와해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