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놓고 南 따돌리기… 北-美 사이 설 땅 좁아지는 한국
동아일보 2019-08-12 03:00
○ 트럼프 두둔에 對南 추가 도발 위협한 北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김 위원장의 친서를 언급하며 “친서에서 김정은은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는 대로 만나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고 아주 친절하게(very nicely) 적었다”고 밝혔다. 그는 “친서의 대부분은 터무니없고 비싼 훈련에 대한 불만이 대부분이었다”며 “그것(친서)은 단거리 미사일 실험에 대한 작은 사과(small apology)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정은을 머지않은 미래에 만나길 고대한다”며 “핵 없는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10일 오전 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북한이 올 들어 7번째 발사체 도발을 감행한 지 약 15시간이 지난 뒤 나왔다. 북한이 한국을 위협하는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을 두둔한 것.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은 다른 쪽(한국)이 미국과 함께하는 ‘워게임’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나도 결코 좋아한 적이 없었다”며 “거기에 돈을 지불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 외무성은 이후 11일 권정근 미국담당국장 담화를 통해 한국을 비핵화 대화에서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외무성은 “앞으로 대화에로 향한 좋은 기류가 생겨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철저히 이러한 대화는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군사연습을 한 데 대해 하다못해 그럴싸한 변명이나 해명이라도 성의껏 하기 전에는 북남 사이의 접촉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에 대해 꼭 계산할 것”이라고 했다. 외무성은 또 “미국 대통령까지 아주 작은 미사일시험이라고 하면서 우리의 자위권을 인정했는데 도대체 남조선 당국이 뭐길래 군사적 긴장 격화니, 중단 촉구니 뭐니 하며 횡설수설하고 있는가”라며 트럼프 트윗을 근거로 한국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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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 대화 낄 자리 더 좁아진 한국
하지만 청와대는 북한이 미국과의 실무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데 방점을 찍었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과 노골적인 조롱에도 비핵화 협상 동력이 유지되고 있는 것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얘기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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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 通美封南 '안보 뒷전' 文정부가 자초했다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다며 '한미연합훈련이 터무니 없고 돈이 많이 든다. 마음에 든 적 없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휴전' 중인 상대는 치켜세우고 동맹국과 실시하는 연합훈련을 폄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중에는 이미 한미동맹이 사라진 것 같다. 북이 탄도미사일을 연속 발사하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 단거리라며 문제 삼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북은 미국 대통령까지 자위권 차원의 미사일 시험임을 인정했다며 현재 진행 중인 한미연합지휘소연습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북이 대화에 나간다 해도 철저히 조미(미북)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남북대화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편지에서 한미연합훈련이 종료될 때 시험발사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전역을 사정권에 둔 미사일을 연거푸 쏘아대며 위협하면서 대화의 상대는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고 한다. 6월 판문점 남북미 수뇌 3자 회동 이후 잠복했던 북의 통미봉남(通 美封南)이 다시 부상하고 있는 조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협상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왔다. 심지어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란 모욕적인 말까지 들어가며 북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 노력했다. 그러나 작년 6·12 싱가포르 미북 회담까지는 역할을 했을지 모르지만, 이후 문 대통령이 중재가 힘을 발휘한 적은 없다. 북의 통미봉남은 한국을 소외시킴으로써 더욱더 북에 대해 저자세로 나오도록 하는 계략일 것이다. 문 정부가 '패싱'을 안 당하려면 이제까지와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북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상응한 조치까지도 검토해야 한다. 안보를 뒷전에 두니 무시를 자초하는 것 아닌가.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합연습 마저도 포기하면 한미동맹은 사실상 와해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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