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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실망” “강한 우려”…한ㆍ미동맹서 이례적 표현 나왔다/[김대중 칼럼] 한·미 동맹 와해되기 시작했다/[사설] 美 '文 정부' 찍어 작심 비판, 韓

바람아님 2019. 8. 24. 09:14

美 “실망” “강한 우려”…한ㆍ미동맹서 이례적 표현 나왔다

           

[중앙일보] 2019.08.23 17:07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EPA=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EPA=연합뉴스]


미국통으로 분류됐던 한 전직 외교관은 23일 “한ㆍ미 동맹에서 지금껏 들어보지 못했던 표현들이, 그것도 공개적으로 나온 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미국이 “강한 우려” “실망” 등의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을 듣고서다. 그는 “수십 년 동안 대미 업무를 했지만, 미국이 이 정도로 거칠고 수위 높은 표현을 공식 입장에서 쓴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 입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의 희망대로 (지소미아를 연장하는) 결과가 안 나왔기 때문에 실망했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했지만, 공식 입장 표명 이면에 깔린 미국의 불쾌감과 우려는 단순한 실망 수준을 넘어선다는 관측이 외교가에선 나온다. 지소미아가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에서 갖는 함의 때문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은 한ㆍ미ㆍ일 협력을 대중 견제의 핵심 기제로 생각해왔고, 역내 동맹국 간 직접 정보 공유를 통해 견제 라인을 튼튼하게 유지한다고 생각해왔다. 이에 지소미아 종료가 중국을 노리는 칼끝이 무뎌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입장 표명, 표현도 방식도 이례적 

이번에 미국의 입장 표명이 표현과 방식 면에서 이례적인 이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중국의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 한국이 중국에 경도됐다는 우려가 내부적으로 심각하게 제기됐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미 국무부는 “참석 결정을 존중한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당시 업무에 관여한 소식통은 “우려의 소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결정하기 전에 미국 쪽과 사전 협의를 굉장히 많이 했고, 지지는 못해도 ‘이해한다’ 정도 입장까진 받아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22일 “미국이 우리 결정을 이해했다”고 한 데 대해 미 정부 소식통은 한국 매체를 통해 “실제 결정에 대해 불만을 표명하는 것과 별도로 우리는 한국 정부가 ‘미국의 양해를 얻었다’고 말하는 것에 특히 불만스럽다”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충분한 사전 교감이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정부의 소식통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관계자의 ‘미국이 양해했다’는 발언에 대한 불만은 공통된 인식”이라고 답변했다.

지소미아 종료 비판, 미·일은 유사  

반면 지소미아 종료를 비판하는 미ㆍ일의 표현은 매우 흡사했다. 미 국무부 성명은 “이번 결정은 문재인 정부가 동북아에서 우리가 직면한 중대한 안보 도전들에 대해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고,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22일 담화에서 “한국의 결정은 지역의 안보 환경에 대한 완전한 오판”이라고 말했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ㆍ일 간에는 이미 이와 관련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고, 그 결과 메시지가 조율돼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한ㆍ미ㆍ일 협력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보려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가 23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담은 공문을 전달 받고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가 23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담은 공문을 전달 받고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국무부가 성명에서 ‘한국 정부’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라는 표현을 세 차례나 반복해 썼는데 이것도 흔치 않은 표현이라는 지적이 많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미국은 우리와 달리 대통령의 이름을 따 행정부를 지칭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워싱턴에 문재인 정부의 성향에 대해 답답해하는 기류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사롭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전략적 오판을 하고 있는 주체가 문재인 정부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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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칼럼] 한·미 동맹 와해되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2019.08.24 03:17

文정부의 국익은 대북 관계 개선… 지소미아 방해된다 판단
동북아 판도 변하고 끝내 한·미 동맹 재조정될 것

김대중 고문
김대중 고문
문재인 정부가 마침내 동북아시아의 안보 구조를 재조정하려는 첫 단추를 끼웠다. 그 시작은 지난 2016년 일본과 맺었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파기지만 그것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동북아의 지도를 바꾸고 끝내는 한·미 간 동맹 구조를 와해하는 데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 한·일 지소미아 파기는 외형상으로는 일본과 군사 정보를 공유하지 않겠다는 것이지만 실질상으로는 한·미·일 3각 안보 체제에 더 이상 묶이지 않겠다는 것을 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더 나아가 미국과의 안보 협력 체제까지 재고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안고 있다. 청와대 당국은 이 결정에 대해 "미국도 우리 입장을 이해했다"는 식으로 토를 달았지만 미국의 공식 반응은 실망과 불만을 넘어 대단히 격양된 것이었다.

트럼프의 미국은 그러지 않아도 더 이상 우리와 '절친한 동맹'이 아니다. 사사건건 돈으로 따지는 '비즈니스 동맹' 같은 분위기다. 그래도 우리가 필요해 안고 가야 할 처지인데 이런 식으로 '같은 편'끼리 서로 치고 빠지는 형국이라면 트럼프는 족히 한국에 미련을 남겨둘 위인이 아니다. 그래서 오늘의 한·일 지소미아 파기는 내일의 한·미 동맹 와해까지 갈 위험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문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북한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근자에 '평화 경제'라는 구상 아래 북한과의 경제 협력을 지상 과제로 삼고 있다. 문 정부로서는 남북의 평화 경제를 내세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군사 정보를 '염탐'하는 데 가담하고 있다는 것이 이율배반적일 것이다. 그것도 일본과의 협력이라는 점이 걸렸을 것이다. 그들은 야당일 때 박근혜 정부가 맺은 이 한·일 지소미아에 극렬 반대했고, 집권한 뒤에도 미국의 적극적 후원 때문에 어정쩡한 상태로 방치(?)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파기 명분(?)을 얻은 셈이다. 그리고 이제 친북 좌파의 '안보 카드'를 드러낼 시점을 찾은 것으로 봐야 한다. 청와대는 파기를 발표하면서 지소미아가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익'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국익은 문 정부가 총력을 경주해 행여 깨질세라 모시고 가는 대북 관계의 개선이며 지소미아는 여기에 부합은커녕 방해되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을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세력 판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미·일 공조 체제에 균열이 생겨 한국이 거기서 이탈하는 모양새가 되면 동북아에는 70여 년 전 미국의 애치슨 국무장관이 선언했던, 즉 동해를 경계선으로 한 대륙 봉쇄 라인이 새롭게 형성될지도 모른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그런 전략적 전개를 염두에 두고 인도까지 포함해 태평양~인도양에 걸친 대륙 봉쇄 전선을 구상하고 있지만 한국은 참여를 계속 뭉그적거려 왔다.

이번 문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는 한국을 한·미·일 3각 안보 체제서 이탈시켜 대륙 즉 북한과 중국 쪽으로 연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문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는 단순히 일본과의 군사 정보 협력 종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 북한과의 관계 더 나아가 중국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쳐 동북아 세력 판도를 다시 그려야 하는 데까지 번져갈 소지를 안고 있다. 그것이 문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의도하고 펼치는 '그림'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한·미 동맹은 어제의 밀도(密度)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것이며 미국의 정치 상황 여하에 따라서는 동맹 자체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은 스스로를 지킬 역량을 키우든지, 북한에 우리의 안보를 기대든지 아니면 미국 아닌 또 다른 강자에 붙든지 해서 명맥을 이어가야 할 처지다. 문 대통령의 그간 발언과 생각을 미루어보면 그의 머릿속에는 북한과 손잡고 경제를 일궈나가면 일본 아니라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나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환상 같은 것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이순신의 '배 열두 척'만 언급했다. 이순신은 그냥 열세를 극복한 것이 아니다. 현지 조류와 기상을 이용한 지략과 전략, 그리고 '죽어서 사는' 결단의 의지 없이는 승리가 불가능했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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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 '文 정부' 찍어 작심 비판, 韓 빠진 '新애치슨 라인' 우려된다

조선일보 2019.08.24 03:20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전격 파기한 데 대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공개 석상에서 "실망했다(disappointed)"고 했다. 국무부는 별도 논평에서 "미국은 문재인 정부에 이 결정이 미국과 동맹의 안보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며, 동북아에서 우리가 직면한 안보 도전과 관련해 문 정부의 심각한 오해를 나타낸다고 거듭 분명히 말해왔다"고 했다. 미 국방부도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 '실망'이라는 표현을 쓰며 공개 비판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라고 지칭한 것이다. '왜 한국이라고 하지 않고 문 정부라고 하느냐'는 질문에 '이것은 문 정부가 한 것'이라고 했다. 여기엔 문 정부가 전통적 동맹 한국이 걸어왔던 기본 궤도에서 벗어났다는 인식이 들어 있다. 지금 문 정부의 행동이 한국민 전체를 대표하지 않고 있다는 암시도 깔려 있을 수 있다. 특히 '문 정부가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다'는 표현은 목숨을 걸고 상대를 지키겠다는 동맹국 사이에서 쓰일 수 있는 표현이 아니다. 문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분명한 입장 표명이다. 물밑에서는 더 심한 말이 나왔을 것이다.

문 정권 출범 후부터 삐걱대던 한·미 동맹은 이제 본격적인 파열음을 내는 지경까지 왔다. 이번에도 미국은 안보 보좌관, 국방장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차례차례 방한해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 북한의 핵·미사일 공동 견제에 중요하다"며 '지소미아 유지' 입장을 전했고 주한 미 대사는 마지막으로 못 박듯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일방적으로 파기 선언을 했다. 지소미아는 한·미·일 3각 안보 축으로 동북아 안보를 챙기려는 미 전략 구상의 핵심이다. 일본에 보복한다는 청와대의 지소미아 파기 카드가 미국을 격앙시키고 한·미 동맹에 심각한 불신을 초래했다. "한·미·일 3각 공조 체제에서 한국이 사실상 탈퇴를 선언한 것" "한국이 배제된 신(新)애치슨 라인이 그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 비판은 흘려 들을 일이 아니다.

문 정부가 애초 '협정 유지' 쪽에 무게를 뒀던 것도 이런 후폭풍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막판에 돌변한 이유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조국 사태'로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다시 재미 봤던 '반일(反日)'로 국면을 바꾸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지소미아 파기는 북한이 반색할 테니 남북 쇼를 다시 벌일 수 있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안보가 총체적 난국인 이 상황에서 정권이 최후 보루인 한·미 동맹마저 흔든다. 제동장치가 풀린 폭주 기관차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