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미군 철수론 이후 최대 악재…한·미 동맹 미지의 길로”
[중앙일보] 2019.08.26 00:23
지난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선언 직후 미국 측이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내면서 외교부가 초긴장 상태다. 외교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25일에도 “특별히 말씀드릴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소미아 종료는 한·일 양자관계 맥락에서 결정한 것이고 한·미 동맹과는 무관하며, 북핵 문제를 포함해 역내 안정을 위한 한·미 연합 대비 태세는 굳건히 유지될 것”이라는 기본 입장을 재차 설명했다.
미국 측 반발에 외교가 초긴장
외교부, 지소미아 파기 낌새 못채
미 국무부·대사관에 전달 못해
강경화·고노 전날까지 헛다리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서 외교부는 물론 국방부도 주체가 아니었다고 한다. 군사정보를 일본과 직접 공유하는 국방부의 경우 공식·비공식으로 지소미아의 필요성을 청와대에 설명해 왔다고 한다. 외교부의 경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회의가 열렸던 22일 중국 베이징 외곽에서 한·일·중 장관 회담을 소화하고 있던 강경화 장관은 NSC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고, 조세영 1차관이 대신 참석했다. 전날 강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상의 한·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가 NSC에 보고됐지만 외교부는 회담 결과 전달에서 그쳤고 지소미아에 대한 의견은 올리지 않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소미아 결정은 NSC의 회의로 결정된 것이어서 강 장관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예단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본 도쿄신문은 지난 21일 고노 외상이 강 장관을 만난 뒤 “괜찮을 것이라는 느낌이 왔다”, 즉 지소미아가 유지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말을 주변에 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아사히 신문도 23일자에서 “고노 외상이 ‘지소미아가 파기되지 않도록 잘 합시다’라고 했더니 강 장관도 ‘귀국 뒤 대통령께 전달하겠다’는 전향적인 태도였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22일 저녁 고노 외상에게 “(파기) 발표를 곧 한다고 한다”는 강 장관의 ‘해명’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고 했다. 고노 외상 역시 수출규제 강화 결정에서 철저히 배제되는 등 소외돼 있다는 평가다. ‘양국 사이에 유일하게 가동되는 의미 있는 채널’로 불리는 양국 외교장관들이 연거푸 헛다리를 짚고, 또 체면을 구기는 모양새다.
지소미아 결정 당일 미 국무부 고위급인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방한 중이었지만, 외교부 상황이 이러니 비건 대표도 사전에 알 길이 없었다. 미 국무부가 22일(현지시간) 논평에서 한국 정부를 이례적으로 ‘문재인 정부’로 지칭하면서 강한 실망감을 표현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외교부 일각에선 “한국도 때로 판을 깨는 옵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인식도 있다. 반면에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지소미아는 단순히 한·일 문제가 아닌 미국 주도의 안보협력 체제”라며 “한국이 여기서 먼저 이탈한 만큼 미국이 그간 동맹 관리 차원에서 눈감아줬던 여러 문제가 나올 수 있다. 한국 기업에 대한 예고 없는 대북제재 등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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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경 칼럼] 조국과 동맹 균열…불길한 이중주
[중앙일보] 2019.08.26 00:06지소미아 파기와 조국 지키기
동맹국· 민심 모두 싸늘한 시선
우리 진영의 맹목적 환호가 아닌
국익·이성 최우선으로 판단해야
문 대통령의 대일 자세도 한동안 누그러져 한·일 관계 개선의 기대감은 고조됐다. 대통령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선 안 된다”고 했다. 8·15 경축사에선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다”고 한발 더 나아가기까지 했다.
이제는 “한·미·일 3각 안보협력과 한·미 동맹에서 이탈하려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나올 판이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공개적으로 “실망했다”는 비외교적 표현을 뱉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동맹 회의론자인 그가 한·미 동맹의 존폐여부를 고민하게 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미· 일과의 안보협력이 절실한 시기에 “한국이 스스로를 배제하는 애치슨 라인을 새로 그었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일본은 우리에게 한 대도 없는 대북 정찰위성을 7대나 가진 정보강국이다. 일본의 신호정보를 받지 못하면 대북 감시망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협정의 전략적 가치는 충분하다”고 했다. 체제를 달리하는 베트남·러시아와도 맺은 협정을 안보 파트너인 일본과는 깨겠다는 결정을 누가 납득할 것인가.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정부가 멀쩡한 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엉뚱한 자해행위”라고 비판했다.
물론 일본 아베 정권에게 원죄가 있다. 말도 안 되는 ‘안보상의 이유’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한 것이 발단이 됐기 때문이다. “우리를 불신하는 나라와 어떻게 민감한 군사정보를 교환할 수 있느냐”는 정부의 논리에도 일리는 있다. 일본을 말리지 않은 미국도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래도 협정 파기는 너무 나갔다. 화풀이는 했지만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 자유무역의 가치를 흔들었다는 비판에 몰렸던 아베에게는 반전의 호재가 됐다. 일본은 “역시 한국은 중국 편”이라며 보복의 칼날을 휘두를 것이다. 한·일의 자중지란에 베이징과 평양은 쾌재를 부를 것이다. 글로벌 협력시대에 민족주의의 페달을 세게 밟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한국의 결정이 일본 전체를 겨냥한 반일로 비춰지면 일본 내 우호세력마저 적으로 돌아서게 된다. 극우인 아베가 가장 좋아하는 구도다.
한·일 관계 악화의 심연에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명시하지 않은 1965년 한일협정이 숨어 있다. 미국 친일정책의 결과다. 미국 국무부는 2차대전 이후 패전국 일본의 국제사회 복귀를 위해 1943년부터 ‘관대한 평화’라는 개념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1941년 일본에 진주만 공습을 당하고 참전 중이던 시기다. 미·일 관계는 이렇게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친밀하다. 협정 파기 같은 무데뽀식으론 일본을 혼내줄 수 없다.
양국관계 악화의 가까운 원인은 대법원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금은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우리 정부가 받은 대일 청구권 자금에 포함됐다. 대법원 판결이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했지만 국가간 조약인 한일협정과 충돌한다. 이런 국제법과 국내법의 모순을 한국 대통령이 ‘국제법 우선 원칙’에 따라 정리하지 않는다고 아베가 보복에 나서서 지금의 평지풍파가 일어났다.
그렇다면 일본과 무관하게 우리 돈으로 피해보상을 하겠다고 선언해 버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경제강국인 한국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일본에는 진심어린 사죄와 반성을 요구하면 된다. 자연스럽게 아베의 경제보복 명분은 소멸되고 우리는 도덕적 우위에 선다. 일본의 양심과 도덕은 국제사회의 주시 속에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조국 후보자는 법치와 정의의 수호자인 법무장관이 될 자격을 상실했다. 계속 버티는 건 국민과 싸우겠다는 것이다. 임기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문 정부는 외교·안보·내치·경제의 모든 분야에서 동맥경화증에 걸렸다. 이대로 가면 고립무원의 상태가 된다. 더 늦기 전에 국익과 이성을 최우선에 놓고 결단하기 바란다.
이하경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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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동북아 미사일 경쟁과 파경 맞는 한미 동맹
중러 미사일개발 경쟁 불붙자
미국도 전자·사이버무기 강화
韓은 한미일 안보협력에 찬물
文정권 대북인식이 문제의 근원
중국이 보유한 미사일의 80%가 중단거리미사일로 그중 95%가 INF 위반이다. 미·러가 INF의 제한을 받는 동안 독자 개발에 나서 경제력과 기술진보를 바탕으로 양과 질 모두에서 획기적 팽창을 이룩한 것이다. 중국이 보유한 극초음속(hypersonic) 미사일은 기존 미사일방어(MD)체계로는 방어가 어려워 미국이 열세에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 해안내륙에 배치된 중단거리 이동식미사일과 다수의 폭격기·전함·잠수함에 장착된 대함 미사일은 서태평양 지역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전개하는 미 항모전단을 심대하게 위협한다. ‘항모킬러’로 불리는 둥펑(DF)-21 미사일은 사거리 1,500㎞ 이내의 모든 미 전함과 군사기지를 타깃으로 삼고 있어 중국의 전략적 우위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시드니대 미국연구소가 지적한 내용도 그 일환이다.
중국의 전략은 개별 전함이 갖는 기술적 열세를 보완하기 위해 수천 기의 미사일을 인해전술 방식으로 일시에 발사해 중국 연안에 미 항모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저항선을 구축하는 것이다. 곧 미국을 패퇴시킬 수는 없지만 제1도련선 방어를 실현해 세계패권을 향한 중간단계로서 동아시아 지역패권을 확립하겠다는 의도이다. 또 무력충돌 시 미 증원군 도착 이전에 초전 승리로 상황을 마무리하려 한다. 미국에 치명적 손실이나 패배를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자국의 안보이익에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이 지역에 대한 개입을 포기하고 중국의 지역패권을 용인할 것인가의 선택을 강요하는 전략이다.
한편 미국은 전자·사이버·우주 무기들로 중국의 국가·군 전산망을 초반에 마비시켜 군사작전 자체를 무력화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미사일보다는 그동안 소홀했던 중거리미사일 업데이트에 나서 동맹국에 이를 배치하려 한다. 사거리 1,000㎞ 미사일은 한국·일본·필리핀, 3,000~4,000㎞ 미사일은 괌이 유력하다.
중국이 북한에 미사일 기술통제품목을 공급(미 국무부 2019보고서)하는 등 북중 미사일협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북한이 최근 연쇄 발사하는 단거리 신형 미사일과 대구경 방사포에 대한 실효적 방어 대책이 없어 국방의 공백이 우려된다. 한미 및 한미일 미사일 연합방어망의 구축이 절실해지는 이유이다.
절박한 안보 위기 속에서 지난 22일 청와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한 것은 한미일 3국이 오랫동안 견지해온 안보협력과 자유민주·인권의 가치연합을 붕괴시킨 안보 자해 행위다. 미국이 강력 반발하면서 동맹이 전례 없는 파경에 몰리고 있다. 국방부가 정보공유의 중요성을 들어 강하게 반대했음에도 청와대가 “군사적 긴장이 낮아져 안보에 자신 있다”며 밀어붙였다고 하니 문재인 정권의 안보 인식에 할 말을 잊을 뿐이다.
지금 우리는 국가목표와 안보전략을 놓고 끝 모르는 내분에 휘말려 있다. 핵미사일로 위협하는 북한정권을 적이 아닌 친구(=동족)로 보는 문재인 정권의 대북 인식이 문제의 근원이다. 그러니 김정은을 공공연히 찬양하고 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철폐를 요구하는 반국가·반안보 행태가 다반사로 일어난다. 적대 세력과 ‘민족자주’로 공조하겠다는 발상은 그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말했다. “전쟁은 정치적 목표의 규정 없이 승리할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수호하겠다는 정치적인 합의 없이 안보위기의 극복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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