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최보식이 만난 사람] "惡魔는 조롱 못 견뎌… 우리의 조롱으로 '전대협 586'은 사라질 것"

바람아님 2019. 9. 2. 18:04

(조선일보 2019.09.02 최보식 선임기자)


[김수현 전대협 공동의장]
"청년 세대 감성 건드리는 '정의' '공정'… 그들이 이런 이슈 선점
그들 지지하면 정의 올 것처럼 '保守는 정의롭지 못하다'고 공격
입에 정의 달고 다니던 사람들이 조국 후보자 옹호하고 있으니…
똑똑한 어른들이 왜 사회에 惡 뿌려대고, 편 가르기 유도하는지"


'전대협 공동의장'이라는 김수현(30)씨를 대구의 한 커피점에서 만났다. 키가 크고 활달한 성격이었다.

작년에 결혼한 그는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면서 전대협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작명(作名)을 할 때 수많은 아이디어가 나왔으나, 지금 세상을 망치고 있는 전대협 586세대를 조롱하기 위해

'전대협' 이름을 채택했습니다. 악마(惡魔)는 조롱을 견디지 못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그 이름을 계속 조롱해 전대협 586세대를 하루빨리 이 땅에서 사라지게 할 겁니다."


김수현씨는 '저희의 이런 활동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혁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수현씨는 "저희의 이런 활동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혁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최보식 기자


원조 전대협은 1987년 조직됐지만, 지금의 전대협은 작년 12월 '문재왕(王) 씨리즈' 대자보로 등장했다.

전국 100여개 대학에 '경제왕 문재인… 마차가 말을 끄는 기적의 소득주도 성장' '기부왕 문재인… 나라까지 기부하는

통 큰 지도자'라는 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실패 사례를 신랄하게 비꼬는 대자보를 붙였던 것이다.

그 시점에는 누구도 생각 못한 복고풍 퍼포먼스였다.


"문재인 정권이 나라를 이상하게 끌고 가는 것에 참을 수 없었습니다.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가만히 있어야 하겠나.

뭔가 보여주자'라며 시작한 겁니다. 풍자와 해학, 반어, 패러디를 통해 우리 또래의 눈높이에 맞춰 가자고 했습니다.

대대적 이벤트를 벌일 돈은 없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이왕이면 재미있게 해보자고 했지요."


이런 활동도 해본 사람이 하는 것인데?


"저는 2015년 영남대 총학생회장을 했습니다. 다른 친구들 신상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고요.

20~30대 대학생과 대학원생이 대부분이고 직장인도 있습니다. 전대협은 비공개 점조직으로 운영됩니다.

다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저를 공개한 것은 대외 창구의 필요성 때문이었습니다."


―청년 세대는 아직 문재인 정권이나 여당을 상대적으로 더 지지하지 않습니까?


"저들이 '정의' '공정'이라는 이슈를 선점했으니까요. 청년 세대의 감성을 건드리는 게 바로 '정의'입니다.

저들은 입만 열면 이 말을 외쳤고, 보수는 정의롭지 못한 세력으로 공격했지요.

저들을 지지하면 '정의'가 올 것으로 청년들은 본 겁니다.

그렇게 정의를 입에 달고 다니던 사람들이 조국 후보자를 옹호하지 않습니까.

'정의'라는 말에 다들 속았던 겁니다."


―전대협의 주목도를 높인 것은 대자보를 붙이거나 전단을 뿌리는 등 1980년대 운동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어떨 때는 전국 610개 대학에 일제히 대자보를 붙였다고 하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대자보 전달은 쉽습니다. 서울에서는 직접 수령하고, 지방의 경우에는 택배로 부칩니다.

시간이 급하면 고속버스에 보내 터미널에서 찾아가게 합니다. 610개 대학에 대자보를 붙이는 데 총 12시간 걸렸습니다.

어느 지역에서는 '낮 시간에 아르바이트로 바빠 밤에 붙이느라 늦었다'는 친구들도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만우절에는 마치 김정은이 지령을 내린 것 같은 '남조선 체제를 전복하자''남조선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이라는

대자보를 붙였지요. 경찰에서 '이적표현물에 의한 국보법 위반인지를 검토하겠다'며 조사에 착수했는데?


"경찰의 노고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분들을 괴롭힐 뜻은 없습니다. 우리가 잘못한 게 있으면 수사받겠습니다.

주위에서 걱정해주는 이들이 꽤 있습니다만, 저는 떳떳한 일을 해서 잡혀가는 것에 대해 두렵지 않습니다."


―실제로 경찰 조사를 받았나요?


"경찰에서 전화로 '그런 대자보를 붙였느냐?'고 물어왔기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경찰서에 와서 잠깐 얘기할 수 있겠나?'고 해서 '제가 무얼 잘못했는지 먼저 말해줄 수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그 통화 이후로 연락이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김정은을 찬양하거나 태극기를 불태우는 사람들은

가만 놔두고, 김정은의 잘못을 지적한 것은 문제가 되는 건가요. 석 달쯤 지나 내사 종결된 걸로 들었습니다."


―최근의 퍼포먼스는 한밤중 서울대에서 있었지요.

오토바이와 자동차로 캠퍼스를 돌며 '자랑스러운 조국 교수님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가열차게 지지한다'는

전단 20만장을 뿌리고, 대자보와 현수막도 설치했는데.


"그날 저를 포함해 70명이 참여했습니다. 저희는 인원 동원을 안 합니다.

'이번에 무슨 행사하는데 시간이 되는 사람?' 공지를 띄우면 충분한 숫자가 모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하고 잘못을 범합니다. 그러면서 부끄러워할 줄 알지요.

조국 후보자는 완벽한 쇼를 연출하듯이 자신의 삶을 포장해온 것 같더군요. 지금껏 보지 못한 희귀 연구 대상입니다.


"자본주의 혜택을 모두 누리면서 그는 온갖 사회주의 정의를 떠들어왔습니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질타하면서 뒷전에서는 자기가 그런 짓을 다 해온 겁니다. 위선의 끝판왕이지요."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의 호위무사로 나선 유시민씨 같은 자칭 진보 지식인들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보편적 가치가 있다면, 이 가치가 진영 논리 아래로 들어가버렸습니다.

배운 지식이 사악한 흉기(凶器)가 됩니다. 다들 무언가에 홀린 것 같군요.


"청년들은 그동안 유시민씨의 현란한 말장난에 속아왔던 겁니다. 저들에게는 진영과 동지의식만 작용합니다.

가령 그 동지가 살인을 저질러도 살인 행위를 비판하기보다, 살인을 저지르게 한 사회에 화살을 돌리도록 유도합니다.

분노하는 청년을 향해 YTN 앵커는 '수꼴(수구꼴통)'이라고 했습니다.

똑똑한 어른들이 왜 우리 사회에 악(惡)을 뿌려대는지, 편 가르기를 유도하는지 정말 우리는 속상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사람들의 혓바닥에 속아 이번에 또 진영으로 나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서울대에서 조국 후보자 관련 전단을 뿌린 뒤.
서울대에서 조국 후보자 관련 전단을 뿌린 뒤.


―전대협도 '수꼴'로 낙인찍혀 공격받고 있지는 않습니까?


"저들에게서 많이 욕을 받아야 우리는 잘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욕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북한 인터넷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도 전대협을 공격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저희는 '김정은이 우리를 의식하고 있구나. 더 확실하게 활동해야겠다'며 전혀 꿀리지 않습니다."


―통상 청년들은 좌파는 멋있고 우파는 구시대적으로 여기는데, 김수현씨는 그런 심리적 부담이 없습니까?


"좌파 이념을 채택해 나라를 만들었을 때 성공한 사례가 없지 않습니까.

어떤 선배는 '공산주의는 실패했지만 실패해본 이념이기 때문에 다시 준비해 세상에 뿌리면 무조건 성공한다.

다시 공부해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말도 하더군요."


―전대협은 보수의 투쟁 방식이 낡고 구닥다리라는 통념을 깼어요.

전대협 안에 말과 글, 영상을 갖고 놀 줄 아는 전문가가 있나요?


"그런 재능을 가진 친구들이 있습니다. 저도 포토샵, 영상 촬영, 영상 편집, 영화 제작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이슈를 세련되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퍼포먼스를 네댓 차례 해왔는데, 처음에는 신선한 충격을 줬습니다.

하지만 횟수가 거듭되면 익숙해져 반응이 떨어질 겁니다.

"가장 고심하는 대목입니다. 어떻게 신선도를 유지할까, 좀 더 센스 있고 멋지게 할 수 있을까,

매일 영상이나 대면으로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보수 진영에는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느냐, 어떻게 해야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느냐에 대해

고민이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대중 설득이나 선전 측면에서는 좌파와 경쟁이 안 됐지요.


"광화문 집회에 가보면 그걸 많이 느낍니다. 나라를 걱정하는 어른들의 말씀 내용은 다 맞지만,

마냥 딱딱하게 하니까 관심 없는 사람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때로는 자극적이고 희화화하고 망가지기도 하는 콘텐츠로 주목을 끌어야 합니다.

저쪽에서는 자기가 작사한 노래와 율동이 있고. 재미있게 분위기를 만듭니다.

우파 쪽은 연설과 연설로 계속 이어집니다. 노래는 군가(軍歌) 아니면 '대한민국'이 꼭 들어가는 대중가요를 틉니다.

이렇게 해서는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청년 세대의 지지 없이는 보수가 현실 정치판에서 이길 방법이 없을 겁니다.


"요즘 창업하는 젊은 친구들은 휴대폰이나 노트북 하나로 세련된 제품을 만들어내는데,

왜 정치는 옛날의 주먹구구식으로 합니까. 세련된 정치가 되려면 20~30대가 창업하듯이 정치에 도전해야 합니다.

어른들이 이들에게 문을 더 활짝 열어줘야 합니다."


―김수현씨는 어떻게 해서 이런 길로 들어오게 됐나요?


"저는 공부는 별로였지만 사회현상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대학 학생회 활동을 하게 되면 이승만·박정희를 어떤 식으로든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제 주위에서는 이들은 악인(惡人)일 뿐입니다.

친일부역정권이니 독재정권 등등, 대한민국을 잘못 만들었다는 것이었지요.

남들이 그러니 그냥 그렇게 믿는 겁니다."


―왜 남들처럼 그렇게 믿지 않았습니까?


"욕을 하더라도 알고 해야지요. 무슨 잘못이 그렇게 많은지 찾아볼수록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이 많았습니다.

그 뒤로 친구들에게 '너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은 너희가 욕하는 이승만·박정희 덕분'이라고 말하게 됐습니다."


―어느 역사적 인물에게도 공(功)과 과(過)가 있게 마련이지요. 평가를 할 때는 그 시대적 환경을 이해해야 하지요.

"어떤 인물도 '신(神)'이 될 수 없는데, 사람들은 그가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점에서 부족할 수 있지만, 대신 다른 점에서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기여를 한 게 있습니다.

한쪽만 보고 비난하고 현대사를 부정하는 것, 이런 게 우리 사회의 갈등 요소가 돼왔습니다.

지금도 저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이런 주제로 토론하고 있습니다."


―직장을 다니고 있고 전대협 활동을 하는데, 그런 시간이 납니까?

"제 일과를 마친 뒤 24시간 커피점에서 일대일로 만나 밤새 토론합니다. 한 달에 25회쯤 만납니다.

이들은 제 생각에 공감하거나 실제 전대협에 참여합니다.

저희의 이런 활동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혁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