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10.05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몸의 인지과학
"미래에는 뇌를 복사해서 자아와 의식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할까요?"
2014년에 개봉한 조니 뎁 주연의 영화 트랜센던스(Transcendence)를 보면 자신의 자아와 의식을
복사해 온라인상의 공간에 이식하는 것에 성공한 과학자가 나온다. 뇌과학 강연이 끝난 후에는
이와 비슷한 예로 자주 질문을 받는다.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가 빠르게 진척되고 있고,
인공지능 기술 역시 나날이 발전해가는 중이라 많은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질문인가 보다.
그런데 이 질문에는 두 가지 가정이 담겨 있다.
첫째, 우리의 자아와 의식이 존재하는 곳은 오직 뇌이다.
둘째, 자아와 의식은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다른 곳으로 복사될 수 있는 형태로 존재한다.
과연 이 두 가정은 지금까지 밝혀진 과학적 지식들과 얼마나 일치할까?
몸의 인지과학
이 주제에 대해서는 뇌과학과 심리학뿐 아니라 인공지능 연구자와 철학자들까지
지난 수십년 동안 많은 논쟁을 벌여왔다.
그 중에서 근래에 가장 각광받으며 많은 이에게 새로운 접근점을 열어준 이론이
"마음은 몸속에 있고, 몸은 마음속에 있다"고 주장하는 '몸의 인지과학'이다.
즉 '나'라는 존재는 뇌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뇌가 몸의 일부이듯,
어떠한 몸에 담겨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또한 자아와 의식은 한 개인 안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와 교류하고 연결된
더 큰 그림 안에서 존재하기에 의식의 복사를 시도하는 것은 곧 온 세상의 만물을 복사하려는
시도와 같다고 역설한다. 이 이론은 파리대, 토론토대, 하버드대에서 연구하던 저명한 생물학자, 심리학자, 철학자 3인이
공저한 '몸의 인지과학'(김영사)이란 책을 통해 잘 소개되었다.
이 책은 "인간의 자아를 기계에 복사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현시대 인공지능 연구의 주요 화두를
보다 넓고 깊은 철학적·생물학적 시각에서 리뷰하고, 인간의 마음과 생각을 컴퓨터의 정보처리 과정과 동일시해서
다룰 수 있다는 생각에 왜 오류가 있는지 짚어낸다.
컴퓨터는 센서와 CPU 를 기반으로 세상을 인지하고 분석하지만, 인간의 마음과 생각은 보다 광범위하게
세상과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기에 한 순간의 패턴과 알고리즘으로 특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정말로 나라는 존재를 복사할 수 있게 될지라도 더 중요한 질문은
어느 순간의 나를 정말 복사하고 싶을지 물어보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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