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房/自作詩와 에세이

엄마와 아이

바람아님 2014. 1. 9. 21:30

 

 

엄마와 아이

                         ~芯 九~

 

 

해가 서너 발 남아 있는 늦은 오후
동네 앞 나지막한 동산 소로 길
젊은 아낙이 아이 손잡고 오르고 있다

이 길은 동네 사람들이
건너마을 다니는 지름길
아마도 유치원에 갔다 오나 보다

잘 걷던 아이는 다리 아프다며 칭얼대고
한참 동안 아이를 달래던 엄마는
이내 등을 아이에게 내민다

'나중에 네가 열 배로 업어줘야 되'
'엄마는 무거운데'
'엄마 할머니 되면 가벼워 져'
'엄마가 할머니 되는 거야'
'응, 나중에 네가 어른이 되면'
잠시 엄마 얼굴을 보고 있던 아이는
갑자기 등을 밀치고
앞서 산길을 걸어 간다

그런 아이 행동에
엄마는 입가에 미소 지으며
손을 뻗어 아이를 등에 업고
도란도란 엄마와 아이는
그렇게 산길을 오르고 있다

서산에 해는 어느새 한 발이나 줄어 있었다
아이는 예쁜 엄마가 할머니 되는 게 싫었나 보다

 

 

♪Ave Maria F.Schu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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