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국가 정상화' 거꾸로 읽는 文대통령
문화일보 2019.11.15. 11:50
‘정의와 공정’ 무너뜨리고도
전 영역에 확산시켰다는 독선
유체이탈 식의 國政 인식 심각
귀순 의향서 썼어도 강제 北送
“돌아가겠다고 했다” 거짓말
‘안보 궤변’도 근원은 대통령
사회주의적 이데올로기와 함께 독선(獨善)도 신념화한 것으로 보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체이탈’ 국정(國政) 인식이 갈수록 더 심각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에서 “시작부터 무너진 나라를 다시 세워 국가를 정상화(正常化)했고,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사회 전 영역으로 확산시켜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2년 반 동안 열심히 달려온 결과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토대가 구축되고 있다”고도 했다. ‘이게 나라냐’는 국민 개탄이 일상화하기에 이르렀는데도 자화자찬하며 ‘국가 정상화’ 의미부터 거꾸로 읽는다.
말로 앞세운 ‘정의와 공정’을 실제로는 무너뜨려 온 장본인이 문 대통령이다. 파렴치한 위선과 불의(不義)의 대명사로까지 지탄받는 측근을 2년 3개월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등용한 것으로는 모자란다는 듯이 ‘사법 개혁 적임자’라며 법무부 장관으로도 임명을 강행했던 것은 대표적 비(非)정상 인사다. 정의와 불의, 공정과 불공정, 합리와 불합리, 염치와 몰염치 등의 기준이 문 대통령의 빗나간 ‘코드’이고, 이에 꿰맞춰 청와대 참모와 장관들이 앞뒤조차 맞지 않는 말로 국민을 속이는 비정상 정부 행태는 심지어 국가 안보에서조차 예외가 아니다. ‘사법 주권 포기’이기도 한 탈북 어민 2명의 비밀·강제 북송(北送)이 가까운 사례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관할 대대장이 국방부 지휘계통 아닌 청와대 국가안보실 차장에게 ‘이번 송환과 관련해 국가정보원과 통일부 간의 입장 정리가 안 됐다’고 휴대전화 문자로 보고한 것부터 비정상의 전형이다. 그 문자를 사진기자가 찍어 보도하지 않았더라면 국민은 그런 일이 있는지조차 까맣게 몰랐을 것이다. 중앙합동조사본부에서 자필로 ‘귀순 의향서’까지 썼는데도 포박된 채 안대가 씌워져 판문점 군사분계선으로 이송된 이들은 북송 직전에 안대를 벗고 소스라치게 놀라 털썩 주저앉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서 “(어민들이) 죽더라도 (북으로) 돌아가겠다는 말도 분명히 했다”고 거짓말했다.
김 장관은 북한 정권을 거들어 ‘공정’도 기상천외하게 왜곡·변질시킨 바 있다. 북한이 월드컵 예선인 남·북 대표팀의 평양 경기를 ‘무(無)관중·무중계·무취재’로 치러 국제 규범을 짓밟았지만, 김 장관은 “북한 나름의 공정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고 했다. 그럴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되는 사람의 장관 임명을 문 대통령은 강행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보수 야당은 “북한 통일전선부 부장감” “북한 대변인” 등으로 비판하며 반대했었다. 금강산 관광 중단을 초래한 북한군의 한국인 관광객 박왕자 씨 살해를 두고 “통과 의례”라고 하고, “남한의 북방한계선(NLL) 고수는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하고도 청문회에선 “학자의 언어와 공직자의 언어는 다르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런 그를 어느 여당 의원은 문 대통령 의중에 맞춰 ‘천연 다이아몬드 같은 분’이라고까지 추켜올렸다. 국가 정상화에 정면으로 역행한 반(反)안보 인사는 내각뿐 아니라 청와대에도 수두룩하다.
세계가 눈으로 확인했는데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이 미사일을 이동식 발사대로 발사하진 않았다”고 해, 미국의 군사전문가들로부터 “입이 떡 벌어지는 거짓말”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정 실장은 북한 미사일 도발에 “안보에 중대 위협도, 남북 군사합의 위반도 아니다”고 하고, 문 대통령 모친상(喪) 중의 도발마저 ‘장례 마치고 청와대로 돌아온 시간’이라며 ‘북한의 배려’로 둔갑시키는 궤변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런 유(類)의 ‘안보 궤변’도 근원은 문 대통령의 유체이탈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2018년 9월 19일 평양 5·1경기장 연설에서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봤다. 김정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봤다. 얼마나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갈망하고 있는지 절실하게 확인했다.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봤다”고 했다. 문 정부의 ‘국가 비정상화’ 행태는 이 밖에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다. 문 대통령의 ‘국가 정상화’ 난독증(難讀症)이 제대로 치유되기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렇더라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희망이나마 붙들고 끊임없이 지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으로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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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웜비어도 유엔 결의도 외면..文의 김정은 맞춤형 反인권
문화일보 2019.11.15. 12:01
청와대가 오는 22일 방한하는 북한억류 피해자 오토 웜비어 부모의 문재인 대통령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때 웜비어 부친이 왔을 때도 그랬다. 당시는 올림픽 개최국 정상으로서 의전 행사가 많아 그랬을 수 있지만, 이번에 또다시 거부한 것은 이유가 다른 데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2017년 북한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귀국한 후 사망한 미 대학생 웜비어는 북한 인권 탄압의 상징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웜비어 가족을 직접 만나 따뜻이 위로했다.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회담 결렬 후 회견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웜비어 사건을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14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표결 없이 컨센서스로 채택된 북한 인권 결의안의 공동제안국에서도 빠졌다. 2008년부터 줄곧 참여하다 11년 만에 불참한 것이다. 탈북선원 강제 북송 조치에 대해 국제 앰네스티와 휴먼라이츠워치 등 국제 인권단체의 비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유엔 북한 인권 결의마저 외면한 것은 과도한 북 눈치보기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이 같은 굴종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김 위원장의 답방을 염두에 둔 조치다.
문 대통령은 과거 정권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선 사과 및 국가적 보상을 약속해왔다. 지난해 아르헨티나 방문 때엔 군부독재 희생자 유족을 별도로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유독 북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김 위원장을 의식한 탓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탈북자나 납북자 가족 면담을 한 적이 없다. 북한 인권 관련 지원도 줄이고 있다. 2007년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유엔의 북 인권 결의안에 대해서도 기권을 종용하다 북한의 의견을 확인하도록 해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충돌한 적이 있다. 북한 인권보다 남북관계를 우선시하며 김 위원장이 싫어하는 것은 그것이 반(反)헌법이라 해도, 반유엔협약이라 해도, 반인권이라 해도 무엇이든 하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이런 ‘김정은 맞춤형’ 인권 잣대를 갖고는 남북관계 개선은커녕 대한민국의 국격만 훼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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