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글로컬 라이프] 편의점 內 음식 먹으면 소비세 8%→10%… 日 직장인들 "밖에서 먹을까"

바람아님 2019. 11. 18. 06:07

(조선일보 2019.11.18 최은경 도쿄특파원)


최은경 도쿄특파원최은경 도쿄특파원


지난 15일 정오쯤 도쿄도 지요다구 한 대형 오피스 빌딩 앞 쉼터.

정장을 차려 입은 20대 직장인 A씨는 삼각김밥 두 개와 500mL 녹차 하나가 담긴 편의점 봉지를 들고

앉을 곳을 찾고 있었다. 인근 벤치에는 혼자 앉아 점심을 먹는 직장인이 많았다.

편의점 내부 취식 공간인 '이트인(eat-in) 스페이스' 대신 야외 쉼터를 택한 사람들이다.

왜 안에서 먹지 않느냐고 묻자 "그러면 세금 2%(포인트)를 더 내야 한다"고 했다.


일본은 지난 10월 1일부로 소비세율을 8%에서 10%로 올렸다.

다만 저소득층을 배려하고, 증세로 인한 민간 소비 위축을 최대한 막기 위해 '경감세율'이라는 일종의 유예책을 마련했다.

식료품이 대표적이다. 2023년 9월까지는 먹을 것에 한해 소비세를 올리지 않고 기존 8%를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식'은 제외했다. 일종의 사치라는 이유다.

편의점에서도 음식을 사서 내부 이트인에서 먹으면 외식으로 분류된다.

편의점 직원들은 소비자가 식품을 살 때 안에서 먹을지 밖으로 나갈지를 물어 판매가에 다른 세율을 적용한다.

편의점 문 하나를 두고 인상된 소비세를 낼지 말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다양하게 반응했다.

우선 얌체족. 편의점에서 음식을 살 때 소비세 8%만 지불한 뒤 매장 안에서 재빨리 먹고 가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고 한다.

언론은 이를 두고 '이트인 탈세'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대형 편의점을 가맹사로 둔 일본 프랜차이즈협회는 '이트인 탈세'를 막으려고 안내문을 모든 편의점에 붙인 데 이어,

각 매장에서 안내 방송까지 한다. 먹고 갈 경우 소비세 10%를 적용할 수 있도록 계산할 때 미리 말해달라는 내용이다.


기사 관련 사진'편의점 밖' 식사를 택하는 사람도 있다.

"편의점 도시락이 왜 사치품 취급을 받느냐" "몇십엔도 안 되는 2%를 가지고

탈세라니 너무한다" 등 반발도 터져나오고 있다.

500엔짜리 편의점 도시락에 붙는 소비세는 먹고 가면 50엔, 가져가면 40엔.

결국 10엔(약 107원) 차이다. 적은 돈이지만 서민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일본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 비용에 예민한 것은 사내 식당을 갖춘 회사가

적은 것도 영향이 있다. 한 은행 조사에 따르면 사내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비율은 18%에 불과했다.


소비세 인상은 일반 음식점에도 영향을 미쳤다. 음식점도 내부에서 먹지 않고 테이크아웃으로 사가면 소비세 2%를 덜 낸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저렴한 규동을 파는 체인점 요시노야는 테이크아웃과 매장 내 매출이 한때 10% 넘는 차이를 기록했다.

보온 도시락업체 서모스는 "소비세 인상을 계기로 '앞으로 도시락을 싸겠다'는 직장인이 절반 이상"이라는 조사 자료를 내놨다.

아베노믹스의 경제 훈풍이 불었다지만, 일본 직장인들의 지갑 사정은 매년 비슷하다.

일본 신세이(新生)은행이 1979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직장인 용돈 조사(2717명 대상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직장인(남자)의

한 달 평균 용돈은 3만6747엔(약 40만원). 버블경제가 한창이던 1991년에 7만7725엔이던 용돈이 2010년대엔 계속 3만엔대에

머물고 있다. 점심값도 마찬가지다. 올해 남자 직장인의 평균 점심값은 555엔으로 1979년 평균인 565엔보다 적다.

본격 추위가 닥치기 전까지 오피스가 야외 쉼터는 한동안 도시락을 먹는 직장인들로 붐빌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