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11.23 한현우 논설위원)
좌파 단체가 만든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은 오로지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욕보이고 조롱하려고 제작한 영상물이다.
이를테면 광복 후 이승만이 맥아더에게 "미친 듯이 러브레터를 썼다"며 하트 그린 편지지 위로 이런 자막을 내보낸다.
"미국이 단독으로 한국을 점령해 주세요. 전 소련이 싫어요."
이런 연출에 더해 이승만을 악질 친일파, A급 민족 반역자, 플레이보이, 하와이 깡패, 돌대가리, 썩은 대가리라고 했다.
이런 다큐를 두고 대법원은 "역사에 의문을 제기한 정도"라고 했다.
▶'백년전쟁'은 조작과 오역투성이다.
미국 CIA 보고서에 "이승만은 한국 독립을 위해 평생을 바쳤는데, 궁극적으로 그 나라를 통치하겠다는 목적도
포함돼 있었다"고 적힌 부분을 "이승만은 사적인 권력욕을 채우려고 독립운동을 했다"고 둔갑시켰다.
이승만이 "하와이 한인 학교는 일본인에 대한 증오를 일절 가르치지 않는다.
우리 선생님들은 특정 민족에 대한 증오를 가르치기엔 너무나 세계 시민적인 사람들"이라고 한 것을
"우리 학교에서는 일본을 비판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로 바꿔놨다.
대법원은 그런데 "사실 확인을 위해 상당히 노력하고 그 내용도 사료에 기초했다"고 했다.
[만물상] '백년전쟁'과 대법원
▶이 다큐는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이 친미 정권에 대한 미국의 원조 덕분이고 박정희는 꼭두각시였다고 했다.
미국 원조만 받으면 다 경제 기적을 이루나. 한국은 세계 유일의 성공 사례다.
'백년전쟁'은 전쟁 후 폐허에서 나라를 일으킨 대한민국 어른들을 모조리 욕보였다.
대법원은 그러나 "역사 논쟁은 인류의 삶과 문화를 긍정적으로 이끄는 건전한 추진력"이라고 했다.
▶'백년전쟁'이 대한민국 역사를 능멸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그들의 조국(祖國)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말대로 이들의 '백년전쟁'은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다.
이것을 대법원은 "다양한 여론의 장을 마련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대법원은 "향후 유사한 사안에서 해석의 지침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누구나 특정 인물을 '플레이보이' '깡패' '돌대가리' '썩은 대가리'라고 매도하는 영상을 '역사 다큐'라고
방영해도 된다는 건가. 이것은 역사 논쟁이 아니라 역사에 오물을 끼얹는 행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 누가 이런 영상물을 만든다면 대법원은 어떻게 판결할까.
이번 판결은 현 정권이 임명한 대법관들이 주도했다고 한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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