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벌 오피스는 백악관 웨스트윙(West Wing)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이다. 방이 타원형이어서 붙은 이름이다. 대통령들은 오벌 오피스를 자신의 취향대로 꾸미지만 대리석으로 된 벽난로 선반, 천장의 대통령 문장 등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이곳에는 미국 대통령이 중요한 대국민 연설을 할 때 사용하는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이 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1년 9·11 테러 직후에 이 책상에 앉아 연설했다.
트럼프가 오벌 오피스보다 백악관 내 주거 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관저 정치’를 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그가 오벌 오피스에 머무는 시간은 하루 5~6시간 정도. 나머지 시간을 관저에 머물면서 업무도 처리한다는 것이다. 하원의 트럼프 탄핵 조사의 계기가 된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도 주거 공간에서 이뤄졌다. 고위 공직자들 면접도 이곳에서 진행된다.
하원의 탄핵 조사가 본격화하면서 트럼프의 관저 선호 경향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한다. 백악관 내부 고발자의 증언으로 탄핵 절차가 시작된 데 이어 관료들이 백악관 지시를 거부하고 잇달아 의회 청문회 증언에 나서자 트럼프가 백악관 직원들을 믿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측근인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대사마저 하원 청문회에서 자신의 뒤통수를 치는 발언을 하는 형편이니 트럼프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트럼프가 관저에 틀어박혀 백악관 참모들을 멀리한다고 정치적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천만에. 트럼프가 탄핵 위기에 몰린 건 불통과 독단의 국정운영 방식을 고집한 결과다. 트럼프만 그걸 모른다.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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