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네사베크로프트,WhiteMadonnawithTwins,2006년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편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백인 여성이 쌍둥이의 엄마라면 아빠는 흑인일까? 아니면 모유가 부족한
아기를 위해 고용된 현대판 젖어머니일까? 게다가 여자는 왜 치마 끝이 불에 탄 실크 드레스를 입고 아기에게 젖을 주는 걸까?
이 작품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성모마리아로 분한 백인 여성은 이 작품을 창작한 행위예술가이며 사진작가인 바네사 베크로프트이며, 흑인 쌍둥이는 그녀가
입양한 아프리카 수단의 아이들이다. 드레스는 아기를 안고 젖을 물릴 수 있도록 가슴 부위가 절개된 수유복인데 유명 패션디자
이너인 마르틴 마르지엘라의 작품이다. 불에 탄 치맛단은 수십 년간 내전의 참상을 겪고 있는 수단 난민들의 아픔을 상징한다.
이 작품의 메시지는 인종을 초월한 사랑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베크로프트는 자신의 몸을 미술 재료로 사용하여 창작하는데
이 작품도 아프리카 수단의 한 성당에서 쌍둥이를 안고 촬영한 연출 사진이다. 베크로프트는 왜 흑인 아기에게 직접 젖을
먹이고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흑인 쌍둥이들을 입양한 걸까? 피부색으로 차별당하는 사람들의 입장에 서면 그들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퍼 리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에서 인종차별에 맞서는 정의로운 백인 변호사 애티커스는 어린 딸 스카우트에게 이렇게 말한다.
“스카우트, 네가 간단한 요령 한 가지만 배운다면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누군가를 정말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하는 거야. 말하자면 그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서 걸어 다니는 거야.”
애티커스는 이 땅에서 성, 인종, 학력, 지역, 나이, 종교, 사상, 장애 등의 차별이 사라지게 하는 방법을 알려준 셈이다. 바로 차별
당하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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