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12.05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2년 전 샌프란시스코에서 '컬러 팩토리(Color Factory)'라는 전시가 시작됐다.
창고를 한 달간 빌려 연 팝업 전시였는데 예상치 못한 인기로 수개월을 연장했다.
이듬해 뉴욕으로 옮겨 소호의 빈 건물을 6개월 계약으로 빌렸는데 현재까지 16개월 동안 계속 전시하고 있다.
전시의 주제는 '색'이다. 언제나 조연 역할, 하나의 매개나 상징으로만 여겨졌던 색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이다.
색의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각종 아이디어가 600평 공간, 방 16곳에서 전개된다.
풍선, 자전거, 향수병, 운동화, 책, 유니폼, 배낭, 의자 등 일상의 친숙한 용품들이 각종 색상의 조합으로 진열되어 있다.
바뀌는 색조명 효과로 공연 무대와 같은 방, 색채 원리를 이용한 심리 테스트 방, 수천 개 하늘색 공 속에서
헤엄칠 수 있는 방도 있다. 연한 파스텔 색조가 탐스러운 아이스크림과 마카롱을 무료로 주는 것도 즐겁다.
총천연색 오브제와 인테리어는 완벽한 인스타그램용 배경이다.
관람객들 스마트폰이 아주 바쁘다. 일련의 경험은 마치 색채의 테마파크 같다.
전시는 개최 지역의 작가와 예술가, 도시 환경과의 성공적 컬래버레이션으로 의미가 더해졌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하얀 지하철 타일, 노란 택시, 회색 아스팔트, 녹색 자전거 전용도로 등 뉴욕의 색을
소재로 창작된 시들이 먼저 관람객을 맞는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시인들 작품이다.
관람이 끝나면 지도를 한 장 나눠준다.
라벤더 색으로 칠해진 모퉁이 식료품점, 막다른 골목의 노란 전봇대, 오래된 바의 빨간 전화기, 한적한 정원
내부의 분홍색 벤치와 같이 색이 예쁜 뉴욕의 비밀 장소들이 표시돼 있다.
우리가 몰랐던 이런 곳을 찾아다니는 것은 전시의 재미와 여운을 연장해 준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돌아다니며 색의 보물찾기를 하는 것이다.
색채는 공기처럼 우리 곁에 늘 존재하므로 평소에 잘 느끼지 못한다. 검은색 옷과 회색 도시에 익숙한
뉴요커들은 색의 연출과 의미, 도시 환경 곳곳에 적용된 색의 은유를 새롭게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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