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12.12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웃음과 감탄, 일루전과 경외가 연속되는 마술. 연말연시 뉴욕에서는 '체임버 매직(Chamber Magic)'이라는
특별한 마술쇼가 열린다. 실내악을 뜻하는 '체임버 뮤직'을 연상케 하는 제목이다.
크지 않은 공간에 많지 않은 사람이 둘러앉아 친밀하게 교류하는 형식이다.
이런 마술쇼는 '살롱 매직'이라고 해서 19세기 파리와 빈 등의 도시에서 유행했다.
유튜브, 넷플릭스는 물론 라디오나 텔레비전도 없던 시절, 관객들은 비용을 약간 내고 잘 꾸민 실내에서
마술을 감상하고 고급 사교를 즐겼다.
공연을 주최하는 마술사 스티븐 코언(Steven Cohen)은 코넬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엘리트다.
어린 시절 삼촌에게 마술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15세기, 16세기 마술 책을 보면서 오래된 기법들을 발견했고,
본인만의 스타일로 해석하고 익혀 나갔다.
수백 년 전에 잊혀 갔던 마술들을 근사하게 부활시킨 것이다.
그는 자신의 공연을 '올드패션 마술쇼' 또는 '빈티지 매직'이라 부른다.
공연은 보통 대도시 특급 호텔의 작은 방을 빌려서 한다. 마술 도구도 카드, 동전, 지도, 종이와 펜 등 지극히 평범하다.
화려한 무대 장치나 조명, 음향 등 특수 효과는 일절 없다.
하지만 바로 앞에서 펼쳐지는 마술사의 연기는 무척 강렬하고 친밀하다.
관람객은 젊은 연인부터 친구, 노부부까지 다양하다.
이제까지 5000번 이상 치른 공연에 워런 버핏, 잭 웰치, 모로코 여왕, 앙드레 프레빈, 칼 세이건 등 명사를 포함,
5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 마술쇼는 관객에게 정장 입기를 요구한다. 멋진 의상을 선택하면서 일상에서 벗어나 특별한 이벤트를 즐긴다는
기대를 최대화하려는 배려다. 우리가 잃어버렸던 격식과 멋의 심미성을 되찾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턱시도를 입은 마술사와 옷을 잘 차려입고 단정하게 꾸민 관객들을 보는 것 또한 즐겁다.
이런 우아함과 고급스러움 속에서 공연 분위기는 무르익는다. 이 작은 방에서 펼쳐지는 마술은
아날로그 엔터테인먼트의 정수이자 품격 있는 빈티지 문화를 즐기는 스타일의 향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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