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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80] 책을 가려 읽을 줄 아는 지도자

바람아님 2019. 12. 10. 10:21

(조선일보 2019.12.10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김장겸 '노영방송 MBC'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언론노조가 장악한 MBC에서 일어난 기괴한 사건들과 자신이 축출당한 과정을 담담하게

술회한 김장겸 전 MBC 사장의 회고록을 보면,

김 전 사장은 노조에서 여성 기자와 PD를 임신 중에 야근시켰다는 죄목으로 고발당해 고용노동부에

불려 가 조사를 받는다. 아마도 기자와 PD 본인들이 일 욕심 때문에 임신 사실을 감춘 데서

비롯된 일로서 그들의 직속상관도 아닌 사장이 알 도리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노조원들은 여직원들의 출산일부터 역산해서, 아무개가 야근한 몇 월 며칠에 임신

중이었으므로 '부당노동행위'라고 사장을 고발한 것이었다.


이 정부가 그들의 빛나는 업적으로 자부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기타 경제 관련 법령 285개에는 형사처벌 항목이

2657개나 되는데 그중 2205개는 위반한 직원뿐 아니라 법인과 대표이사가 함께 처벌받게 되어 있다고 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처럼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고 사업주만 처벌받게 되어 있는 법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요즘 폭발하고 있는 사건들은 분명 청와대가 지시, 감찰한 사건이고

 성격이나 중대성에 비추어 대통령이 몰랐을 수가 없다.

설령 백만의 하나, 몰랐다 하더라도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그런 극단적 국기 문란, 헌정 파괴가

청와대발(發)로 일어났다면 대통령이 국민 앞에 백배사죄하고 단죄를 청해야 한다.

이승만 대통령이 4·19 직후에 하야한 것은 자기가 임명한 관리의 발포명령을 책임지기 위해서였다.


사죄를 하는 대신, 문재인 대통령은 연가를 내서 긴 주말을 쉬고 온 후, 책을 읽었다며 국민에게도

그 책들을 읽으라고 권했다. 문 대통령이 추천한 책 세 권 속에는 박왕자씨 총격 사망 사건은 개인 차원 사건일

뿐이라든가, 통일이 어려우면 남북이 정분이 나서 불륜을 저지르면 된다는 따위의, 대한민국과 국민을 모독하는

허접한 말이 넘친다고 한다.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이 책의 혜택은 무한하다. 그래서 왕왕 책을 신성시하고 책에 담겨 있기만 하면 모두 절대 진리로

간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무수한 책 중에는 유해한 책도 많다. 문 대통령이 좋아하는 책들이

유독 대한민국의 기본 이념을 부정하고 존엄성을 훼손하는 책인 것은 나라와 국민의 불행이다.


저서 '미국의 봉쇄전략'이 최근에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된 존 루이 개디스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에게 일독을 권할 책을 물으니 기원전 5세기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들었다.

문 대통령은 현대의 국가 경영자라면 숙지해야 할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