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11.01 모종린 연세대 교수·'골목길 자본론' 저자)
시애틀 '스타벅스', 포틀랜드 '나이키', 알름훌트 '이케아'…
로컬은 혁신의 장소… 선진국, 로컬의 다름을 산업 소재로
지역 문제 해결하고 로컬 문화·가치를 창조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생태계 부상은 한국 경제의 원동력 될 것
모종린 연세대 교수·'골목길 자본론' 저자
개성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왔다.
개성, 다양성, 삶의 질을 중시하는 탈산업화 사회에서는 개인, 도시, 국가 모두 정체성과 차별성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정체성에 대한 욕구가 유난히 강한 세대가 밀레니얼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에게 충실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정체성은 지역과 국가 문제이기도 하다. 현지인처럼 살고 싶다며 에어비앤비가 제공하는 현지인 주택에서
체류하는 것이 밀레니얼의 여행 방식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에서 경험할 수 없는 한국만의 문화를 찾는다.
복제할 수 없는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지역과 국가는 일차적으로 관광객을, 이차적으로 다양성을
중시하는 창조 인재를 유치하기 어렵다.
로컬의 경쟁력은 '다름'
탈산업화의 도전에 직면한 한국의 과제는 명확하다. 미래 세대와 국제 경쟁이 요구하는 개성과 다양성을 일자리와
산업에서 구현하는 일이다. 이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다름'이다.
현재 한국에서 로컬만큼 풍부한 다름의 소재를 공급할 수 있는 자원은 없다.
로컬의 경쟁력은 다름이다. 선진국은 로컬의 다름을 지역 산업 소재로 활용한다.
밀레니얼이 열광하는 글로벌 브랜드 스타벅스, 나이키, 이케아는 출신 지역의 생활 문화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로
창업했다. 커피 도시 시애틀, 아웃도어 도시 포틀랜드, 실용주의 도시 알름훌트가 각각 세계적 커피 브랜드,
아웃도어 브랜드, 실용주의 가구 브랜드를 배출한 것이다.
우리는 한국의 지역 문화가 획일적이라고 생각하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지난 50년 산업화 과정에서 전통적 지역 문화를 의도적으로 억제했지만,
자연환경 차이에서 파생한 생활 문화의 차이를 씻어내지는 못했다.
지역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도 중앙 문화의 표피에 숨어 있는 지역성을 쉽게 발굴할 수 있다.
/일러스트=이철원
한국에서 로컬의 미래가 밝은 이유는 밀레니얼의 지역관 때문이다.
기성세대와 달리 밀레니얼은 로컬을 시골, 변두리, 지방이 아닌 혁신과 라이프스타일의 장소로 여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열망이 강한 미래 세대가 로컬에서 그 일을 찾는다.
로컬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자유롭고 독립적인 공간이다.
실제로 전국 각지에서 밀레니얼 창업 기업이 지역 문화와 경제를 혁신하고 있다.
로컬 콘텐츠 편집 숍으로 농촌에 새로운 콘텐츠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제주 안덕면 사계생활,
커뮤니티 기반 복합 문화 공간으로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내몰림)에 대응하는 서울 연남동 어반플레이,
서핑 리조트로 한적한 해변가에 연 수십만 서퍼를 유치하는 강원 양양 서피비치, 제주에서 다양한 놀이 콘텐츠를
개발하는 제주 성산 플레이스캠프제주, 강릉과 광주에서 지역 농산물로 수제 맥주를 생산하는 버드나무브루어리와
무등산브루어리가 대표적 기업이다.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동력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로컬 문화와 가치를 창조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독립적 산업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역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이탈하거나, 남는다 해도 공무원이나 공공 영역에서 기회를 찾는
분위기에서 창업과 혁신을 통해 밀레니얼이 선호하는 일자리와 산업을 창출하는 로컬 크리에이터가 부상한 것은
분명 한국 경제에 반가운 소식이다.
로컬 크리에이터를 육성하지 않고 지역을 현 상태로 방치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온다.
한 지자체장은 방관자 양산이 지역 불균형의 가장 큰 폐해라고 설명한다.
"현재 지역 상황은 적어도 한국 국민의 50%를 방관자로 만든다.
국민 다수가 수도권만이 성장 창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다 보니 인구의 50%에 달하는 비수도권 국민은
성장을 자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 기존 산업을 혁신하는 일,
그리고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일조차 중앙의 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 지역에 집적된 로컬 크리에이터 커뮤니티는 자생적 지역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공통적으로 커뮤니티와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라이프스타일과 대안적 접근으로
배움 커뮤니티를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이 개척한 서핑과 커피 비즈니스는 각각 양양과 강릉의 중요한 지역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양양과 강릉 모델을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지역에서 취향 공동체에 머물러 있는 로컬 크리에이터 커뮤니티를 지역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지역 산업 수준으로 성장한 로컬 크리에이터 생태계는 머지않아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투자 생태계, 장인 대학, 지역 중심 행정 등 우리가 건강한 로컬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위해 할 일은 많다.
가장 중요한 일은 지역에 대한 인식 변화다. 우리 모두가 더 이상 지역을 복지, 시혜, 계몽 대상으로 여기면 안 된다.
탈산업화 경제에서 로컬은 창조의 자원이다.
책소개 골목길 자본론 : 사람과 돈이 모이는 도시는 어떻게 디자인되는가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교수의 대한민국 도시의 미래를 밝히는 지적 통찰 해야 하는 건 이제 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사람이 모이지 않는 도시는 그 존재 가치가 없는 법. 인구 소멸을 걱정하는 도시부터 낙후되고 슬럼화되는 도시까지 미래를 준비하는 많은 도시가 저마다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골목길 자본론』은 도시재생을 통한 성공적인 도시 브랜딩을 위해 골목길이 지니고 있는 잠재력에 주목한다. 우리는 이미 홍대, 성수동, 이태원 등 골목상권의 부흥이 정체된 도시에 어떤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 두 눈으로 확인했다. 이들 골목길은 그저 구경거리들을 모아둔 박물관이 아니다. 치열한 생활의 터전이자 새로운 모험과 도전의 무대이고, 인간의 욕망이 창의적으로 구현되는 공간이다. 골목길은 도시경제의 다양한 공공재를 창출하는 자본이자, 기억, 추억, 역사, 감성을 기록하고 신뢰, 유대, 연결, 문화를 창조하는 사회자본인 것이다.
이 문장이 명쾌하게 표현하는 것처럼,『골목길 자본론』은 사회자본으로서의 골목길이 어떻게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도시를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 경제학을 통해 그 답을 찾는다. 특히 젠트리피케이션 대책부터 라이프스타일 제안까지 철저히 사람을 논의의 중심에 두고 사람을 지원하고 교육하는 데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사람과 돈이 모이는 도시가 어떻게 디자인되는지 알면, 국가 경제는 물론 개인의 운명도 달라진다. 이 책에서 당신의 미래를 확인하라. [예스24 제공] |
저자소개저자 : 모종린 받았다. 텍사스 오스틴대 조교수,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연구위원,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장, 국제처장, 국제학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국제정치경제, 세계화 등을 연구하고 강의하면서, 기업과 인재를 끌어들이는 전 세계 매력적인 도시들의 비밀을 엿볼 수 있었다. 도시 고유의 매력을 어떻게 라이프스타일로 발전시키는가에 지역의 미래가 달려 있으며, 특히 골목길이 도시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신도시 문화로 대표되는 기존의 한국 도시문화에서 그동안 골목길은 국가 경제의 중요한 주체로 나설 기회가 적었으나, 최근 서울 등 주요 대도시의 골목문화가 살아나면서 정부와 지자체도 골목길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대한민국 도시의 미래가 매력적인 골목길 문화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그동안의 연구 성과와 개인적인 경험을 총동원하여『골목길 자본론』을 집필했다. 사람과 돈이 모이는 도시의 비밀을 밝혀낸 이 콘텐츠는 출간 전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되며 SNS 공유만 1만 5천 건에 달할 정도로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서울시 미래서울자문위원회 위원장, 충청남도 경제비전위원회 위원, 대전시 정책자문위원, 문화체육관광부 대한민국 테마 여행 10선 총괄피엠으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 주요 도시의 문화와 관광정책 수립에 참여한다. 주요 저서로 『라이프스타일 도시』, 『작은 도시 큰 기업』, 『이민강국』 등이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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