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무등을 바라보며] 배를 띄우는 것도, 배를 엎는 것도 물이다 (君舟民水)

바람아님 2019. 12. 16. 16:49

(남도일보 2019.04.23 최혁)


[무등을 바라보며]


최혁 주필가당치 않은 일이다. 어찌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

그는 지난 17일 “내년 총선에서 240석을 목표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불쑥 ‘20년 집권론’을 꺼낸 데 이어 “대통령 열 번은 더 당선시키겠다”는

난데없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모두들 아시겠지만 이글의 ‘그’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는 적절치 않은 발언으로 종종 설화(舌禍)를 입었는데 이 번은 ‘역대 급 설화’일수도 있다.


문제는 이 발언이 야당을 발끈하게 만든 것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마음을 할퀴고 있다는 것이다.

생채기는 깊다. 이 대표의 ‘20년 집권+240석 목표’ 발언은 아마도 문재인 정권 출범초기에는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80%를 상회했다.

이는 곧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나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난주 문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은 48%였다. 비교적 높지만 초반에 비해서는 매우 낮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내로남불 식 적폐청산, 거듭되는 인사실패,

그리고 국민눈높이와는 크게 차이가 나는 장관 임명강행 등이다.

지난 19일에는 이미선·문형배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했다.

부적절하다는 여론에 대해 청와대와 민주당은 ‘그 정도면 흠결이 없다’고 감싸고돌았다.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과거 민주당이 야당이었을 때

지금 청와대 핵심인사들이 장외투쟁을 벌이면서 ‘큰 문제’로 여기던 것들은, 이제는 ‘사소한 문제’로 바뀌었다.


거기다 경제사정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한국경제에 대해 계속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민들은 허리가 휘는데,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사람은 10억 원 대출을 받아 20억 원대 건물을 사들이고,

임명이 강행된 모 장관 부부는 ‘북 치고 장구 치며’ 수십억 원 대의 재산을 모았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부는

35억 원대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그들이 법적으로 잘못한 것은 없지만 서민들 입장에서는 ‘꼭지가 돌만’하다.


법적으로야 문제없다지만 그들이 한 일은 ‘국민감정’과는 거리가 멀다.

한 달 뼈 빠지게 일해 봤자 알바생 시급 쥐어주고 임대료 빼면, 100~200만원 벌기가 빠듯한 자영업자들이 많다.

서민 입장에서 그들은 ‘딴 나라 사람들’이다. 어찌 서민들 대변한다는 정치인이나 법관으로 생각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런 들끓는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고 ‘우리가 잘하고 있으니 다음 총선에는 240석도 가능하다’

발언을 하고 있으니 민심이 폭발직전이다.


물은 배를 띄운다. 하지만 배를 뒤엎는 것도 물이다. ‘군주민수’(君舟民水)다.

순자(苟子) 왕제(王制)편에 나온다(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

배를 뒤엎을 만큼 물을 요동치게 하는 것은 민심이다. 우리는 지난 2016년에 그 일을 경험했다.

촛불혁명 때 분노한 민심은 촛불이 돼 어둠을 물리쳤고, 모아진 민심은 도도한 강물이 돼 ‘오만의 정권’을 전복시켰다.

‘20년을 집권하고 240석을 가지겠다’는 오만함은 격랑(激浪)을 부를 수 있다.


그런데 촛불로 탄생한 정권에서 자기 쪽으로만 촛불을 밝히려는 조짐들이 생겨나고 있다.

신(神)은 온 천지를 밝히는 빛을 선물로 주었다. 빛은 모든 악한 것을 물리치기에 광명정대(光明正大)한 세상을 만든다.

그런데 지금 문재인 정권은 자신들이 들여다보고 싶은 곳에만 촛불을 들이대고 있다. 그것은 촛불을 모독하는 일이다.

또 역류하는 민심을 외면한 채 총선민심을 띄우려 하고 있다.

바다가 소용돌이를 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이를 걱정하는 민주당 사람들도 꽤 있다. 그렇지만 청와대고, 민주당이고 대통령과 대표에게 쓴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총선을 불과 1년 앞둔 시점이다 보니, 공천과정에서 행여 불이익을 받을까봐

모두들 더 꾹 입을 닫고 살 것이다.

민심은 더 거칠어지는데, 아전인수식 해석과 행보는 더 극성을 부릴 것이다.

계속되는 인사 참사의 책임자인 조국수석의 총선 차출론이 아무렇지도 않게 여권에서 나오는 것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연산군 때 한치형·성준·이극균 등 3정승은 임금의 폐정을 목숨을 걸고 비판했다.

광주 서창의 눌재 박상(朴祥. 1474-1530) 역시 연산군을 믿고 전횡을 휘두르던 우부리를 장살(杖殺)해

세상의 경계(警戒)로 삼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민심을 전하는 이도 드물고, 제대로 받아들이는 이도 없다.

지금으로부터 2300년 전 사람이었던 순자(荀子)는 ‘주수군민론’(舟水君民論)을 통해 민심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문재인 정권이 새겨봐야 할 교훈이다.




최혁 남도일보 주필의 무등을 바라보며
한국사회를 벼랑과 분열로 떠미는 거짓 
(남도일보 2019.02.19 )
http://www.namdo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11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