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서 나는 푸른 나뭇잎만 보거나 야생화로 가득한 산만 보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단풍으로 물든 산을 볼 수 있었다. 예쁘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를 걸을 때는 아름다운 우산을 쓰고 걷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을 볼 땐 내 마음도 잎을 따라 날리는 것 같아 마음이 흔들리곤 했다.
가끔 아름답게 물든 단풍을 보기 위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어린 학생처럼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어르신들이 들뜬 모습으로 웃고 떠드는 모습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나는 그런 모습을 네팔에서는 볼 수 없었기에 너무나도 부러웠다. 이 아름다운 계절 사진을 네팔에 사는 가족에게 보내주면 여동생은 포스터인지 진짜인지 물어보고는 한국에 오고 싶다고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한국의 가을은 마치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놓은 것만 같은데 화가가 아닌 자연이 스스로 그려낸 것이다. 나는 한국의 가을을 생각하며 “네팔에도 가을은 있는데 왜 한국과 같이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없을까. 왜 네팔에서는 단풍나무를 볼 수 없을까. 이런 아름다운 나무를 네팔에 심을 수는 없을까?”라며 혼자 중얼거리곤 한다.
이제 12월 중순, 매서운 바람이 불면서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네팔의 겨울은 12월 20일쯤부터 1월 말까지 한 달 정도다. 네팔의 겨울은 한국처럼 눈이 펑펑 내리거나 기온이 영하로 급격하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물론 에베레스트산이 있는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산맥 주변은 말할 수 없이 춥다. 네팔 히말라야는 전체 히말라야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흔히 하얀 설산과 알록달록한 야생화가 어우러진 네팔의 모습은 천국을 연상케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계절마다 특색이 잘 드러나는 한국의 계절은 정말 아름답다.
이제 나는 또 한 해를 한국에서 보내며 설레는 마음으로 눈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먼주 구릉 네팔 한국문화센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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