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포럼>국방정책과 통일정책의 위험한 혼동

바람아님 2019. 12. 23. 08:03
문화일보 2019.12.20. 12:10


공군 제17전투비행단은 지난 17일, F-35A 13대를 2개 대대에 나눠 배치하고 비공개로 전력화 행사를 했다.

특히, 이번에 F-35를 배치받아 재창설된 제151전투비행대대는 참으로 의의가 깊은 부대다. 1969년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주창하며 모금한 방위성금으로 구입한 이른바 ‘방위성금 헌납기’ F-4D 팬텀 전투기 10대로 창설했던 부대다. 그 팬텀기들의 퇴역으로 2010년에 해체됐던 제151대대가 그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도입을 결정한 세계 최강의 F-35전투기로 무장해 재탄생했으니 묘한 역사의 수레바퀴다.


F-35는 기념비적인 무기다. 그동안 우리 군이 도입했던 고가치의 무기들, 예컨대 공군의 F-4 팬텀 전투기나 F-15K, 해군의 이지스함 등이 있었지만, 사실 ‘끝물’을 들여온 것들이었다. 미국 공군은 이미 차세대인 F-15를 도입하고 있을 때 우리는 F-4를 도입했고, 역시 미 공군이 F-15의 후속인 F-22의 배치를 끝내고 F-35를 준비하고 있을 때 우리 공군은 F-15K를 도입했다. 미 해군은 차세대 이지스인 SPY-6를 준비할 때 우리 해군은 SPY-1 이지스를 도입했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풀 모델 체인지해 후속 모델 예약 판매 중일 때 구형 모델을 산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F-35는 아니다. 미 공군과 비슷한 시기에 전력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공군도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무기체계를 가진 군대가 됐다.


F-35의 능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센서 융합이라는 능력으로 무려 1300㎞ 밖의 탄도미사일도 탐지할 수 있으며, 전자전을 통해 상대의 레이더를 태워버릴 수도 있다. 광학·적외선 촬영 장비도 갖춰 정찰기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스텔스 능력을 활용해 당장 오늘 밤이라도 북한 상공으로 날아 들어가 사거리 110㎞짜리 장거리 유도관통폭탄 8발을 각각 다른 목표물을 향해 폭격할 수 있다.

이런 능력이니 일본도 지난해 2월 전력화 행사를 방위상 주관으로 했다. 우리 군도 당연히 국방부 장관급 이상이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비슷한 전략적 의미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2018년 해군의 3000t급 잠수함 진수식은 대통령이 참석했고, F-35보다 의미가 약한 해군의 마라도함 진수식은 국방부 장관이 참석했다. 2018년 정부와 2019년 정부는 왜 이렇게 다른가? 해군을 더 존중하고 공군 무기를 무시해서일까? 공군 출신 국방부 장관이 있는데 그럴 리가 없다. 지난해 해군의 두 행사는 9·19 남북 군사합의 이전이었고, 2019년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전쟁장비의 반입도 완전히 중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라고 경고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행사의 격을 유지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F-35 비공개는 지나친 북한 눈치 보기의 소산이라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북한 비핵화와 교류 협력을 위해 대화 채널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인정한다. 하지만 통일정책과 국방정책은 분리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그것을 혼동하고 있다. 무려 7조4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도입한 무기를 납세자인 국민에게 공식 보고도 하지 않고, 사용자인 군인들에게 자랑스럽게 내놓지 못하는 정부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특히, 북한은 크리스마스 선물 운운하며 세계를 향한 도발을 예고하고 있다. 이럴수록 군은 강력한 전력과 사기를 바탕으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하는데, 정부가 이렇게 북한 눈치 보기에 급급하니 군의 사기는 땅바닥 밑으로 꺼져 들어가는 게 자명하다.

신인균 경기대 한반도전략문제 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