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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조금 다를 뿐인데..

바람아님 2020. 1. 11. 07:54
조선일보 2020.01.10. 03:05
김경련 2019 신춘문예 동시 당선자

"넌 새끼손가락이 짧구나." 친구들이 내 손을 보더니 이상하다고 한다. "아, 실수로 짧게 태어난 거야." 내 말에 친구들이 정색한다. "그건 실수가 아니라 '단지증'이라고 하는 거야." 그때 처음 알았다. 병명이 있다는 걸. 그러고 보니 평소에 불편하진 않았지만 피아노를 배울 때 남보다 두 배의 노력이 필요했다. 생각하기에 따라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는 이처럼 모호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다. 친구가 나에게 "너희 아빠 절룩뱅이더라" 했다. 나는 아버지가 다리를 저는 건 알았지만 장애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래선지 '절룩뱅이'란 말이 참 생소하고 기분 나빴다. 그래서 어쨌다는 건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누가 뭐래도 내겐 항상 똑같은 아버지였다. 태어났을 때부터 아버지를 그 모습으로만 보아왔기에 그저 조금 다르다고만 생각했다.


어렸을 때 접질린 발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그대로 굳어버리는 바람에 한쪽 다리가 가늘어졌다고 했다. 훗날 내가 처음으로 아버지 속마음을 알게 된 건 어머니를 통해서였다. 생전에 아버지는 공중 목욕탕에 한번 가보는 게 소원이었다고 한다.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타인들의 따가운 눈빛이 두려웠다고 한다. 내 눈엔 늘 태산처럼 든든한 아버지였기에 미처 알 수 없었던 기막힌 얘기였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누구나 실수를 한다. 실수했을 때 위로받은 사람은 다음에 또 도전할 용기를 갖게 된다. 장애도 그저 몸이 실수한 거라고,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눈이 있다면 크고 작은 장애를 가진 이들이 좀 더 자유롭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불현듯 나도 모르게 놀림을 받았던 새끼손가락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중얼거렸다. 조금 다를 뿐인데….


김경련 2019 신춘문예 동시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