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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밀 다뤄도, 이제 신원조사 안한다

바람아님 2020. 1. 18. 19:07

(조선일보 2020.01.18 양승식 기자)


公기관 직원 신원조사대상서 제외… 국무회의 통과사실 뒤늦게 알려져
軍·정보당국 "대공·방첩에 구멍"


신원조사 대상 축소정부가 공공기관 직원을 신원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보안업무규정 개정안을 최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정부는 그동안 국가 기밀이나 개인 정보를 다루는 공공기관의

직원을 신규 채용할 때는 범죄 이력 등에 대한 신원 조사를 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절차가 폐지되면서 군과 정보 당국에선

"안보와 개인 정보 보안에 구멍이 생길 위험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신원 조사 대상 축소 등의

내용이 담긴 개정 보안업무규정이 통과됐다"며

"곧 시행될 이 개정안에 대해 각 부처에서 적용 방안을 논의 중"

이라고 했다.

보안업무규정은 국가정보원이 관리하는 대통령령이다.

전 공공기관은 이에 근거해 임직원에 대한 신원 조사를 하고

업무 비밀 등을 관리해 왔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기존에 신원 조사 대상이었던

공공기관 임직원 중 직원을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직원들에 대한 과도한 개인 정보 수집·침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가 기밀을 다루는 부처들에서는 "안보·정보 범죄

전력자 등을 사전에 걸러낼 수 없어 보안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기술품질원 등에 보안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KIDA 등 국방부 산하 공공기관들은 군사 핵심 기술을 다루는데, 보안업무규정 개정으로

직원 신규 채용 시 신원 조사를 할 근거가 사라진 것이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원자력 기술을 다루는 공공기관들이나 통신 시설, 유류 저장 시설 등 국민이 잘 알지 못하는

각종 민감한 시설이 많은데 신원 조사도 없이 직원을 뽑으면 의외의 장소에서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작년 12월에는 국가 보안 시설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블라인드 채용을 했다가 중국 국적자를 걸러내지 못한 채

최종 선발해 논란이 됐었다. 당시 연구원 측은 "면접 과정에서 지원자가 한국어를 너무 잘해 외국 국적자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연구원은 선발 후에야 뒤늦게 신원 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런 신원 조회도

실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것이다. 정부는 또 선원들이 선원수첩을 발급받을 때 신원 조사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일종의 신분증명서인 선원수첩은 외국인이 한국 선박에 고용됐을 때도 받을 수 있다.

정보 당국에선 "빈번히 여러 국가를 오가는 외국인 선원 신분을 악용한 간첩을 걸러내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정원 측은 "공공기관 직원은 보안 시설 출입자 등 국가보안상 필요한 경우에만 신원 조사를 실시해오고 있어

관련 규정을 정비한 것"이라며 "선원의 신원 조사 폐지는 인권위 권고와 선원법 등 관계 법령을 통한 대체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했다. 하지만 신원 조사 축소 등 민감한 내용이 담긴 보안업무규정을 부작용에 대한

신중한 고려 없이 개정한 것은 문제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7일 국무회의 안건으로 보안업무규정 개정안이 상정된다는 사실을 공지했지만,

국무회의 사후 결과 보도자료에도 심의·의결된 다른 법률안에 대한 설명만 실렸다.

한 정보 당국 관계자는 "대공·방첩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