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났던 미국 내 일본 전문가들과의 대화 내용을 정리해뒀던 자료를 꺼내서 읽어봤다. 그들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대해 어떤 평가를 했었는지 다시 확인하고 싶어졌다.
이들은 거의 공통적으로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아베의 언행을 비판하면서도 "아베가 비합리적인 사람은 아니다"라고 했다. 가장 높은 점수를 준 부분이 '총리가 된 이후에는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안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역사 인식에는 문제가 있지만 적어도 주변국을 의식해 '마지노선'은 넘지 않는 자제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고위층과 수시로 접촉하는 마이클 그린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부소장도 이런 이유에서 최근까지 "아베는 야스쿠니 신사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상황이 이러했기에 크리스마스 저녁(미국 시각 기준)에 날아든 아베의 신사 참배 강행 소식에 미국이 느꼈을 당혹감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성명에 반복적으로 등장한 '실망'(disappoint)이라는 표현은 동맹국에 대해 웬만해서 쓰기 힘든 것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만약 한국 정부의 어떤 행위에 대해 미국이 '실망한다'는 성명을 냈다고 생각해보라. 아마 대미(對美) 외교 라인은 다 날아갔을 것"이라고 했다. 공식 발표된 수위가 이 정도였으니, 물밑에서는 미 당국자들이 훨씬 심한 욕을 해댔을 것이다.
아베의 '자살골'로 한·미는 오랜만에 일본을 비판하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요구해온 미국으로서도 한국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미국의 우려는 '아베의 역사 인식' 자체보다는 '주변국들과의 갈등'에 훨씬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점에서 한·미 간에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가 있고, 이 때문에 향후 해법에서도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차이는 뉴욕타임스(NYT)가 사설을 통해 "미국도 일본을 압박하겠지만, 결국 한·중 정상들이 아베와 직접 만나 대화를 해야 한다. 아베의 행위에 '허가증'(license)을 준 것은 역설적으로 한국과 중국의 압박이었다"고 분석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한·중이 지속적으로 일본의 역사 인식을 비판하고 아베와의 만남을 거부하면서 일본 내에 한·중에 대한 반감(反感)이 커졌고, 이 때문에 아베가 한·중의 반발을 무시한 채 참배를 강행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미 외교 당국자들이 수시로 NYT 논설위원들과 만나 외교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를 '여러 주장 중의 하나'로 가볍게 넘기기는 힘들다.
'동북아 전략의 핵심 축'으로서의 일본을 포기할 수 없는 미국은 아베에게 따끔한 경고를 했지만, 이를 넘어 다른 '징계'를 할 수단이 거의 없다. 결국 한·일에 "알아서들 대화로 풀라"는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리 외교가, 미국의 뒤통수도 간단히 칠 수 있음을 입증한 아베와 대화에 나서는 리스크를 섣불리 떠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래저래 새해 한국의 외교에는 또 하나의 큰 숙제가 던져졌다.
이들은 거의 공통적으로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아베의 언행을 비판하면서도 "아베가 비합리적인 사람은 아니다"라고 했다. 가장 높은 점수를 준 부분이 '총리가 된 이후에는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안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역사 인식에는 문제가 있지만 적어도 주변국을 의식해 '마지노선'은 넘지 않는 자제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고위층과 수시로 접촉하는 마이클 그린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부소장도 이런 이유에서 최근까지 "아베는 야스쿠니 신사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상황이 이러했기에 크리스마스 저녁(미국 시각 기준)에 날아든 아베의 신사 참배 강행 소식에 미국이 느꼈을 당혹감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성명에 반복적으로 등장한 '실망'(disappoint)이라는 표현은 동맹국에 대해 웬만해서 쓰기 힘든 것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만약 한국 정부의 어떤 행위에 대해 미국이 '실망한다'는 성명을 냈다고 생각해보라. 아마 대미(對美) 외교 라인은 다 날아갔을 것"이라고 했다. 공식 발표된 수위가 이 정도였으니, 물밑에서는 미 당국자들이 훨씬 심한 욕을 해댔을 것이다.
아베의 '자살골'로 한·미는 오랜만에 일본을 비판하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요구해온 미국으로서도 한국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미국의 우려는 '아베의 역사 인식' 자체보다는 '주변국들과의 갈등'에 훨씬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점에서 한·미 간에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가 있고, 이 때문에 향후 해법에서도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차이는 뉴욕타임스(NYT)가 사설을 통해 "미국도 일본을 압박하겠지만, 결국 한·중 정상들이 아베와 직접 만나 대화를 해야 한다. 아베의 행위에 '허가증'(license)을 준 것은 역설적으로 한국과 중국의 압박이었다"고 분석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한·중이 지속적으로 일본의 역사 인식을 비판하고 아베와의 만남을 거부하면서 일본 내에 한·중에 대한 반감(反感)이 커졌고, 이 때문에 아베가 한·중의 반발을 무시한 채 참배를 강행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미 외교 당국자들이 수시로 NYT 논설위원들과 만나 외교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를 '여러 주장 중의 하나'로 가볍게 넘기기는 힘들다.
'동북아 전략의 핵심 축'으로서의 일본을 포기할 수 없는 미국은 아베에게 따끔한 경고를 했지만, 이를 넘어 다른 '징계'를 할 수단이 거의 없다. 결국 한·일에 "알아서들 대화로 풀라"는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리 외교가, 미국의 뒤통수도 간단히 칠 수 있음을 입증한 아베와 대화에 나서는 리스크를 섣불리 떠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래저래 새해 한국의 외교에는 또 하나의 큰 숙제가 던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