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20.05.09. 03:02
바람의 말 ―마종기(1939∼ )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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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마종기 시인이 남긴 꽃나무도 바람의 말도 내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시를 읽으면 어찌나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착한 당신’, ‘피곤한 당신’에 대한 염려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리고 이것은 봄이 다 가기 전에 이 시를 읽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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