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조각가 안형남 개인전
미국 시카고의 컨벤션센터 매코믹 플레이스 앞에는 대형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16m 높이의 철 삼각기둥 형태의 '숨쉬는
등불'은 주변의 소리에 반응해 다양한 빛을 발산하며 랜드마크 구실을 한다. 재미 조각가 안형남(60)씨가 시카고 예술대학원을
갓 졸업한 1981년 스물일곱 살에 만든 것임을 아는 이가 많지 않다. 1982년 한미 수교 100주년을 맞아 미국에 있는 대표적인
예술인 2명을 선정할 당시 백남준과 나란히 이름을 올린 이가 안씨였음을 기억하는 이도 거의 없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마지막 단계에서 조직위원회의 계획변경으로 무산된 성화대 디자인을 맡았던 이가 동일 인물이었음
역시 그렇다. 2012년 서울 송파구 소마미술관에서 백남준 탄생 80주년을 기념해 두 사람의 작품을 함께 펼친 전시 역시 조용히
지나갔다.
철과 알루미늄 잘라서 채색
'테크놀로지 속 인간' 드러내
젊을 때부터 전위적 추상 추구
'제2의 백남준' 화단 평가받아
과천현대미술관 조형물로 유명
"자연과 인간에 대한 탐구 계속"
서울 삼성동 중아갤러리에서 여는 '안형남 전'(3월30일까지)에는 드로잉과 조각작품 15점이 전시된다. 어떤 작품이 걸리느냐
보다 왜 그의 이름 석자와 작품을 기억하는 이가 적은가에 관심이 쏠리는데, 두 가지는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보인다.
그의 작품은 순수추상이다. 철, 알루미늄을 비정형으로 잘라 채색을 한 다음, 철사를 이용해 이들을 조합하면서 곡선으로 된
네온등을 덧붙인 것이 주류다. 여러 색으로 된 선과 면의 조합인 점에서 추상조각인데, 드로잉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내 혼을 다하여> <사랑> <사랑의 구름> <여름> <향수> <나비> <날개> <바다> 등 추상적, 또는 포괄적인 뜻의 제목을 붙였
다. 인간, 예술, 자연에 대한 일관된 관심을 작품으로 구현해왔다는 작가는 '테크놀로지에 눌려 사는 인간'처럼 심각한 이야기
보다는 '테크놀로지 속의 인간' 또는 테크놀로지 이후의 인간에 대한 탐구'가 자신의 의도라고 설명한다.
"현대인은 철, 철판, 그리고 철조 집에서 살면서 그 재료를 입고, 덮고, 사용하고 타고 다닙니다. 그 점에서 철판은 현대인에게
아주 가까운 재료입니다. 그 재료에 색깔과 온화한 라이트를 합성하면 제3의 환경이 만들어지죠. 비정형 조각들을 입체적으로
조립하면서 작품 주제가 완성됩니다." 작가는 <한겨레>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 제작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17살에 미국으로 간 작가의 출발점은 움직이는 조각이었다. 시카고 미술대 4학년 때 한 상업화랑에 발탁돼 본격 활동을 시작해,
젊은 작가들이 주로 전시를 하는 허버드가의 '아크갤러리'에서 해마다 전시를 하는 행운을 얻었다. 그때 작품들은 트랜지스터,
칩, 컴퓨터 부품, 라이트, 센서에 의한 사운드 등 시간과 운동이 포함된 것들이었다. 돌이나 흙보다 현대인한테 가까운 재료를
사용한다는 취지다. 시카고, 뉴욕, 미네소타, 마이애미 등 미국의 주요 미술관에 초대되면서 작가는 '제2의 백남준' '백남준
후계자'라는 미술계의 평을 얻었다. 당시는 주목을 받지만 뒷날 기억하는 이가 적은 이유가 바로 누군가와 비교되는 것.
작가의 관심이 현대인의 궁극적인 정서로 옮겨가면서 소재 역시 철과 라이트로 바뀌었지만 작가에 대한 설명에 백남준이 따라
붙고, 애초의 '키네틱'은 추상조각 속의 동세로 뚜렷하게 남았다.
"서울, 시카고 등 대도시의 삶만 경험한 탓에 테크놀로지를 작품 소재로 삼았지요. 저나 관객들이나 마음 한켠에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나 봐요. 하이테크 소재를 이용한 '철새'가 인기를 끈 것은 그래서였던 거죠. 나이 서른을 넘으면서 인간은 결국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시카고에서 시애틀로 이주해 자연과 인간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전위적인 추상인데다 즐겨 다루는 주제가 포괄적인 탓에 일반인보다는 전문가들이 알아본다. 국외의 명성에
기대어 88올림픽 성화대 디자인에 초대되었지만 결국 취소된 것도 그런 인지성향 때문으로 보인다. 과천 현대미술관, 삼익피아
노, 계몽사 사옥의 조형물도 아는 사람만 알 뿐이다. 지난해 12월 말에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 앞에 세워진 조각 '영원한
사랑'은 좀 나은 편이다. 하트모양이 중심을 잡고 있어 젊은이들의 사랑고백 장소로 인기라고 한다.
"미국에 온 이래 40여년 동안 한국에서는 작품활동 외에 개인전을 하지 않았어요. 이제는 뉴욕과 서울을 오가는 작가들이
많아져서 그들과 교류가 좀 있어요. 2009년부터 한국 전시가 이어지고 있으니 좀 나아지겠지요."
[전시회 소개]
뜨거운 추상조각의 거장
안형남 개인전
안형남의 드로잉과 조각은 물론
그의 작품제작과정을 다룬 동영상과 작가 인터뷰 영상도 공개한다.
안형남의 미술세계가 다각적으로 조명되고 평가되는
의미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정은경(월드갤러리 대표 / 미술비평)
[2013. 1. 17 - 3. 30 중아갤러리 (T.T.02-538-1271, 삼성동)]
“예술은 쓸모있고 아름다운 거짓말이다. 나는 항상 움직이며 변화하는 환경에 관심을 갖고 이러한 역동성을 표현하는 시각적
언어를 지속적으로 모색한다. 나는 형식적인 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리나 빛을 자주 활용하며 현대미술의 주제이자
물질적 토대로서 소리나 빛이 작용하는 방식을 탐색하고 있다” -안형남-
한국보다 미국 미술계에서 더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세계적인 재미조각가 안형남의 서울 초대전이 지난 1월 17일 삼성동
중아갤러리에서 개관하였다. 평면과 금속조각을 모두 선보이는 본 전시는 3월 30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1973년 서울예고 재학 중에 도미한 이래, 줄곧 미국 뉴욕화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형남(1954년생)은 캔버스, 네온, 철판,
알루미늄 보드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시각예술에 청각적 요소(소리)와 공학적 요소(네온을 이용한 빛)을 끌어와 역동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작가는 1978년 시카고 예술대학(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과 1980년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미국 미술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81년 시카고의 초대형 컨벤션센터 맥코믹 플레이스(McCormick Place)앞에 <숨쉬는 등불>을 설치
하고 부터이다. 높이 16미터, 무게 125톤의 이 대형조형물은 스스로 빛을 발산하며 주변의 소리에 반응하는 키네틱 조각이다.
이후 뉴욕, 시카고, 미네소타, 마이애미 등 미국의 주요 미술관의 초대로 제 2의 백남준, 백남준의 후계자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 관객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2년 한미 수교 100주년을 맞아 미국에 있는 대표적인 예술인 2명을 선정했을 때
백남준(Nam June Paik, 1932-2006)과 함께 안형남이 선정되고 부터이다. 2012년 소마미술관(Seoul Olympic Museum of
Art)에서 백남준 탄생 80주년을 기념하여 두 거장이 함께 하는 드로잉전이 열린 바 있다. 중아갤러리 개관 5주년을 기념하여
기획한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세계적인 조각가 안형남”이다. 중아갤러리에서는 이번 전시를 통해서 국내 관객들에게 안형남의
드로잉과 조각은 물론 그의 작품제작과정을 다룬 동영상과 작가 인터뷰 영상도 공개한다. 안형남의 미술세계가 다각적으로
조명되고 평가되는 의미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한 달 전, 작가와 갤러리스트로서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에게서 초로의 신사라기보다는 십대 소년과 같은 순수함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안형남의 메탈조각에 흐르는 휴머니즘은 신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 그 원천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전시에는 소개
되지 않았지만 분단된 조국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붉은색과 파란색 네온으로 표현한 <붉은 핏줄>(2012년)과 <파란 핏줄>
(2012년)을 봐도 그러하며 본 전시에 소개된 여러 작품의 제목이 사랑임을 봐도 그러하고 지난 크리스마스에 사랑의교회
앞마당에 설치한 <영원한 사랑>(2013년)을 봐도 그러하다.
뉴욕에 있는 그의 작업실은 거대한 공장과도 같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작업과정 때문이다.
작업에 대한 스케치가 끝나면 그는 마치 용접공처럼 장비를 갖추고 금속을 다룬다. 작은 몸집의 이 용접공은 어마어마한 에너지
가 집약된 금속조각을 뚝딱 만들어 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의 금속조각은 차갑지가 않다. 붉은 피가 흐르는 것처럼 따뜻하다
못해 뜨겁다. 작가의 말처럼 "사람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가 추상적 조각 형상으로 표출된 것"이 그의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을 보면 작가가 보인다. 작품은 곧 작가이다. 작가의 DNA가 작품에 고스라니 유전되어 태어난 것이 작품이라서
그렇다.
안형남의 작품은 매우 기술집약적이다.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가 당대 모든 테크놀로지의 결산물이었던 것처럼 안형남의 키네틱
아트 역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테크놀로지가 용접되어 있다. 작가는 고도의 기술집약적이고 정보화된 사회에서 소외된 현대
인들에게 순수한 인간성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네온이 발산하는 빛을 통해 전달한다. 안형남의 금속조각에서 직선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금속에 결합한 네온마저도 구불거리는 무정형의 곡선이다. 차가운 금속재료들은 그의 손을 통해 부드럽고
따뜻한 곡선으로 바뀌어 아름다운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로 탈바꿈된다.
그의 작품은 제목도 형식도 매우 추상적이다. 사랑, 혼란, 여름 등등.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추상조각가 안형남이라고 부른다.
추상미술을 구상미술에서 분리시켜 주류미술시장에 정착시킨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가 살아서 그의 작품
을 본다면 어떠한 평가를 할까 궁금해진다. 아마도 칸딘스키가 2차원의 평면에서 실현하고자 한 선과 색이라는 미술만의 언어로
3차원의 공간에 4차원적인 요소(빛과 소리)를 끌어온 진정한 추상미술의 후계자라고 박수쳐 줄 것 같다. 뜨거운 추상의 후계자!
추상미술은 스토리가 없다. 그리고 사물을 재현하지도 않는다. 우주만큼 넓고 자유로운 인간의 정신세계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것이 추상미술이다. 마치 음악처럼.
그래서 안형남의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무한한 시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다.
안형남
학력 & 경력
1978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졸업
1980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석사과정 졸업
1979-80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시간예술, 조소 강의
1980-81 미네소타 인스티튜트에서 조각, 드로잉, 3D디자인 강의
개인전
1978 “선과 공간 그리고 시간”(아크갤러리, 시카고)
1979 “조각과 회화”(로렌스대학교, 위스콘신)
1980 “소리와 빛의 조각”(트위드미술관, 달라스)
1980-81 “빛의 설치조각”(시카고현대미술관, 시카고)
1983 “하나 둘 그리고 셋이라 불리우는 곳”(모밍댄스와 표현예술극장, 시카고)
1987 “주피터에게 던진 창” (오하이오 주립대학 박물관, 옥스퍼드)
그룹전
1979 “추상파 전기등 페인팅” (낸시&루이 갤러리, 시카고)
1981 “반달호수”(시카고 현대미술관, 시카고)
1983 예술가의 공원과 정원전(라우미어국제종합공원, 세인트루이스)
1984 “나의 뒷마당”(시카고현대미술관, 시카고)
2007 “니고데모”(라씨우다드박물관, 마드리드)
작품소장
한일연합장로교회(워싱턴), 맥도널드 본사(커크랜드), 코네라마광장(달라스)
발티모어 시의회 예술과 문화 아트 스케이프(메릴랜드)
해군기지 일마일 국제조각전시장(시카고), 메코믹 프레스 도넬리홀 세계 콘벤션센터(시카고)
국립현대미술관(과천), 서울시립미술관(서울), 부산시립미술관(부산), 삼익음악센터(서울)
63빌딩(서울), 계몽문화센터(서울), 전자랜드(서울), 사랑의교회(서울)
Email : hyong.ahn@gmail.com
조건없는 사랑 9 Unconditional Love 9 금속, 알루미늄, 유채, 네온 92 x 99x 99 cm, 2012년
영원한 사랑 Forever Love, 알루미늄, 철, 유채, 네온, 높이 11m, 2013년, 사랑의교회(서초동)
<붉은 핏줄 Red blood Veins, 알루미늄 판, 유채, 네온, 244 x 244cm, 2012년
푸른 핏줄 Blood blood Veins, 알루미늄 판, 유채, 네온, 244 x 244cm, 2012년
바실리 칸딘스키, <구성 VIII Composition VIII > 1923년, 유채, 구겐하임미술관(뉴욕)
백남준 초보 해커 Hacker Newbie, 비디오, 혼합매체 110 x 69 x 157cm, 1994년
향수 7 homesick 7, 유채, 102 x 102cm, 2008년
연못 Pond, 금속, 알루미늄, 플라스틱, 유채, 96 x 76cm, 2009년
날개 Wing, 스테인레스 스틸, 알루미늄, 유채, 네온, 76 x 76 x 76cm, 2008년
내 혼을 다하여 Upon my soul, 금속, 알루미늄, 플라스틱, 유채, 92 x 76cm, 2009년
나비 Butterfly, 금속, 알루미늄, 플라스틱, 유채, 92 x 76cm, 2009년
여름 Summer 금속, 알루미늄, 플라스틱, 유채 96 x 76 cm, 2009년
'文學,藝術 > 전시·공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미술의 미래, 8인의 젊은피..선화랑 '예감' (0) | 2014.02.18 |
---|---|
간송 큰 손자 결단 .. 76년 빗장 푼 은둔의 미술관 (0) | 2014.02.15 |
전시회 소식 (0) | 2014.02.08 |
흙 구하러 온 산 누비던 세 父女, 黑磁(흑자)를 되살리다 (0) | 2014.02.06 |
'예수와 귀먹은 양'展 연장 전시… 운보 김기창, 聖畵를 풍속화로 그려 (0) | 2014.0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