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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새벽 구멍가게 불빛은 ‘골목길 등대’

바람아님 2023. 2. 21. 05:37

한국일보 2023. 2. 21. 04:31

이른 새벽 어린 시절 살았던 부산 영도의 오래된 골목길을 걸었다. 가로등만 휑한 골목길은 주변이 캄캄했고 오가는 사람도 없었다. 이맘때의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면 집집마다 밥 짓는 구수한 냄새가 골목길을 가득 채웠고, 새벽잠을 깨우는 식구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담을 넘어 이웃집으로 퍼졌다. 그러나 지금 영도 골목길 집에는 대부분 노인들이 살며 낯선 발소리에 놀란 개가 ‘왕왕’ 짖을 뿐이다. 이른 아침엔 조용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감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한참을 걷다 지칠 때쯤 어두운 골목길 끝에서 불을 환하게 밝힌 구멍가게를 만났다. 새벽녘이라 인적이 끊겼지만 환한 불빛이 마치 험난한 바닷길에서 만난 등대처럼 반가웠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구멍가게처럼 정다운 골목길도 온기로 따뜻해지길 기원해본다.


https://v.daum.net/v/20230221043147341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새벽 구멍가게 불빛은 ‘골목길 등대’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새벽 구멍가게 불빛은 ‘골목길 등대’

이른 새벽 어린 시절 살았던 부산 영도의 오래된 골목길을 걸었다. 가로등만 휑한 골목길은 주변이 캄캄했고 오가는 사람도 없었다. 이맘때의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면 집집마다 밥 짓는 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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