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04.10 이주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85] 간송문화, 문화로 나라를 지키다 展
작품3은 김홍도가 그린 봄의 모습이에요. 어느 화창한 날, 젊은 선비가 말에 올라 봄을 찾아 나섰다가 길가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것 같아요. 그것은 파릇파릇 돋아난 버드나무 새싹과 늘어진 가지 위에서 정겹게 대화 나누는 꾀꼬리 한 쌍이었어요. 인간이 가장 동경하는 동물이 무엇인지 아나요? 바로 새랍니다. 하늘 높이 훨훨 날아오르는 것도 부럽고, 또 암컷과 수컷이 사이좋게 어울려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도 부럽거든요.
선비는 지금 넋을 잃은 채 꾀꼬리를 바라보며 그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화가의 친구였던 이인문이 이 그림을 보고는 "아리따운 사람이 꽃 밑에서 천 가지 소리로 생황(악기)을 부는 듯하다"라는 감상을 달아주었어요. 봄날의 꾀꼬리 소리가 마치 음악 화음처럼 감동적이었던 모양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꾀꼬리 소리를 날마다 내 방 창가에서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옛날 중국에 이런 생각을 했던 황제가 있었어요. 봄이면 황제의 방으로 황금 꾀꼬리가 날아들어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곤 했지요. 황제는 그 새가 어디론가 날아가서 다시는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새를 잡아 새장에 가둬버렸대요. 그리고는 혼자 몰래 꺼내보면서 "나를 위해 어여쁜 목소리로 노래해다오"라고 청했어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새장에 갇힌 꾀꼬리는 더는 그 누구를 위해서도 노래를 부르지 않았답니다.
세상에는 아무리 좋아도 가두어두거나 멈출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봄 또한 그런 것 중 하나예요. '상춘'은 몰래 숨겨 놓고 혼자 즐기는 것이 아니지요. 자연의 축복을 흥겹게 여러 사람과 나누며 실컷 누리는 것이랍니다. 봄이 더욱 기적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기쁨을 나눌수록 몇 배나 더 커지기 때문일 거예요.
여러분도 부모님과 함께 봄나들이를 다녀왔나요?
우리 가족의 봄나들이는 어떠했는지, 기억에 남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보세요.
그 아래에 옛 선비들처럼 짧게 감상 한 구절을 덧붙인다면 더욱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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