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3. 8. 19. 03:10
현역 때 못지않은 초강력 멘털을 과시하는 그에게
전직 대통령다운 품격을 기대하는 건 무리였을지 모른다
한동안 조국 전 법무장관의 멘털(정신력)이 당대 최고라고 생각했다. ‘조만대장경’으로 불릴 만큼 오만 곳에서 내로남불 위선이 드러나도 뭐가 문제냐고 고개 빳빳이 드는 그 당당함을 누가 당하랴 싶었다. 알고 보니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 수 위였다. 온갖 실정(失政)으로 국정을 망쳐 놓고 퇴임 후에도 ‘남 탓’ 하며 부끄러움을 “국민 몫”으로 돌리는 그 강심장엔 두 손 들었다. 국가 대사를 궤변으로 눙치고 거짓말로 호도하는 그의 초강력 멘털 앞에서 조 전 장관의 사적(私的) 내로남불은 차라리 사소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현직 시절 문 전 대통령의 정신 구조가 보통이 아님을 나타낸 일화는 차고 넘치지만 그중 대표적인 게 ‘미친 집값’ 문제였다. 집값 광풍으로 서민들이 패닉에 빠지고 젊은 세대가 절망하는데도 문 대통령은 “부동산은 자신 있다”고 했다.....그는 집권 만 4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부동산 안정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시인했는데, 그것은 직전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했기 때문이었다. 들끓는 부동산 민심이 표(票)로 확인되자 어쩔 수 없이 실패를 인정한 것이었다.
문 정권이 추진한 ‘소득 주도 성장’ 실험은 고용 참사를 빚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치명적 부작용을 낳았다. 그래도 문 대통령은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우겼다.....불리한 경제·고용 수치가 잇따르자 통계청장까지 갈아 치웠다. 국가 통계마저 입맛대로 왜곡·분식하는 유례없는 멘털을 과시했다.
퇴임 후에도 궤변은 이어졌다. 5년간 국정을 엉망으로 만든 장본인이 “5년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져 허망” 운운하고, “경제를 전문가에게 맡기면 안 된다”는 희한한 논리를 폈다. ‘서해 공무원 사건’ 조사에 나선 감사원을 향해 “무례하다”고 꾸짖더니, 급기야 자기 임기 5년간 제대로 준비도 안 하고 넘긴 잼버리 대회를 “실패”라고 비판하며 현 정부 책임으로 떠넘기는 지경까지 갔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퇴임 후 이렇게까지 시끄러웠던 예가 없다. 전직 대통령들이 언동을 삼가고 오해받을 행보를 자제한 것은 할 말이 없기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2주 전 칼럼에서 나는 ‘죽은 문재인’이라고 썼는데 그 말이 틀렸음을 인정한다. 죽은 듯 자중해야 마땅할 과(過) 많은 전직 대통령이 잼버리까지 끌어내 전선(戰線)을 만들고,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진영 정치를 재개할 줄은 몰랐다.
https://v.daum.net/v/20230819031015873
[박정훈 칼럼] 돌아온 文, 부끄러움은 국민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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