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3. 12. 12. 00:0
4년 전 가을 서울 교보빌딩 광화문글판엔 ‘나뭇잎이/벌레 먹어서 예쁘다/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별처럼 아름답다’는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생진의 시 ‘벌레 먹은 나뭇잎’에서 따온 문구였습니다. 그런데 벌레가 나뭇잎에 글씨까지 썼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조선 중종 때 젊은 개혁정치가 조광조(趙光祖·1482~1520)는 기묘사화로 사약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 발단이 벌레가 나뭇잎에 쓴 글씨 때문이었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이야기였습니다.
그동안 알려진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1519년 중종은 ‘주초위왕(走肖爲王)’이라는 파자(破字)가 쓰인 나뭇잎을 받습니다. 주(走)와 초(肖)를 합치면 조(趙)가 됩니다. 그래서 당시 ‘주초위왕’은 조광조가 왕이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훈구파들이 조광조를 모함하기위해 꿀물로 나뭇잎에 글자를 적어 벌레가 갉아먹게 했다고 합니다. 분노한 중종은 조광조를 능주(전남 화순)로 유배 보낸 다음 사약을 내립니다.
주초위왕 사건은 역사적 사실이 아닌 것 같습니다. 중종이 조광조를 신임해 그의 과감한 개혁 정책을 밀어주다가 그의 힘이 점점 커지자 자신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거한 것이지 글자가 쓰인 나뭇잎 때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https://v.daum.net/v/20231212000019730
조광조, 정말 ‘走肖爲王’ 나뭇잎 때문에 죽었을까 [김민철의 꽃이야기]
'人文,社會科學 > 自然과 動.植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이언스 카페] “침팬지, 26년전 헤어진 가족·친구도 기억” (2) | 2023.12.19 |
---|---|
이별 준비하는 '판다 할부지' 강철원 "손녀 푸바오 놓아줄 때" [권혁재의 사람사진] (1) | 2023.12.14 |
“지구상에 딱 124마리뿐”…한국 무인도에 살림 차린 이 녀석 (3) | 2023.12.08 |
얼음에 기대 잠든 북극곰… 올해 야생동물 사진작가상 후보 (3) | 2023.11.30 |
“쟤가 그랬어요!” 일름보 아기새…가장 웃긴 야생동물은? (2) | 2023.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