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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이승만, 최강국을 움직인 약소국의 비밀병기는?[송재윤의 슬픈 중국]

바람아님 2024. 2. 17. 06:11

조선일보 2024. 2. 17. 02:00

송재윤의 슬픈 중국: 변방의 중국몽 <21회>

강대국 틈에 끼인 약소국의 생존전략

세계열강의 전쟁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는 약소국의 비결은 무엇인가? 1959년 시카고 대학 출판사에서 펴낸 폭스(Annette Baker Fox, 1912-2011) 교수의 <<약소국의 힘: 2차대전 중의 외교(The Power of Small States: Diplomacy in World War II)>>은 슬기로운 외교 전략으로 국체를 보전한 터키,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스페인 등의 사례를 분석했다. 이 모든 나라들은 2차 대전의 화마 속에서도 강대국에 병합되지 않고서 오히려 더 강성한 국가로 거듭났다.

세계 외교사에는 군사적 열세에 처한 약소국이 강대국을 압박하여 큰 양보를 받아내는 외교술을 발휘한 사례가 적지 않다. 약소국 지도자가 다양한 전술과 기상천외한 술수를 써서 강대국 실권자들을 절절매게 가지고 노는 흥미로운 장면도 종종 보인다. 북한의 기습 침략으로 절멸의 위기까지 내몰렸던 대한민국의 국체를 지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한 이승만의 외교 노선이 대표적 사례이다.

한국전쟁 중 이승만 정권과 미국 정부의 대립은 1951년 정전 협상이 개시될 때부터 1953년 7월 말 마침내 휴전협정이 체결되기 직전까지 계속됐다....마침내 1953년 6월 반공포로 전격 석방이라는 이승만의 기습 작전에 한 방 얻어맞은 미국 정부는 이승만을 억류하여 권력을 교체하는 “에버레디(Ever-ready)” 작전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이에 질세라 이승만은 더 당당하게 미국을 압박했고, 그 결과 아이젠하워 행정부가 수세에 몰려 대규모 경제원조, 지속적 군사 지원, 상호방위조약을 약속하는 외교사의 역설이 일어났다. 미국을 쥐고 흔든 이승만의 외교력에 대해 미국의 한 연구자는 장기판 “졸(卒, pawn)”가 “차(車, rook)”처럼 활약한 사례라고 평가했다(Barton J. Bernstein, “Syngman Rhee: The Pawn as Rook,” Bulletin of Concerned Asian Scholars, 10:1, 38-48).

1953년 8월 16일 당시 미국의 유력 석간지였던 워싱턴 “이브닝 스타(The Evening Star)”는 일요판 잡지 “선데이 스타(The Sunday Star)”에 이승만의 장문이 실렸다. 일요판 제1면 표지 맨 밑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기사(an article of historic significance)”이란 설명과 함께 이승만의 “나는 왜 홀로 섰나?(Why I stood alone)”이 소개되었다. 이승만의 기고문은 7면 전면을 장식하고, 21면과 22면의 상단으로 이어진다. 편집인은 다음 문구로 이승만을 소개한다.

“훗날 역사는 이승만에 대해 무슨 말을 할까? 많은 이에게 그는 한국의 평화를 지연한 완고한 사내이다. 다른 이들에게 그는 공산주의 세력에게 뮌헨 협정 같은 유화책을 쓰는 것에 반대했던 고독하고도 영웅적인 인물이다. 이번 주 잡지에선 그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 박사의 개인적 성명문을 특별히 독점적으로 게재한다. 당신의 평가가 어떠하든, 그가 이 글을 쓴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든, 지금도 진행 중인 우리 시대 역사의 일부로서 이 글을 읽고 싶어 할 것이다.”


https://v.daum.net/v/20240217020014765
벼랑 끝 이승만, 최강국을 움직인 약소국의 비밀병기는?[송재윤의 슬픈 중국]

 

벼랑 끝 이승만, 최강국을 움직인 약소국의 비밀병기는?

송재윤의 슬픈 중국: 변방의 중국몽 <21회> 강대국 틈에 끼인 약소국의 생존전략 세계열강의 전쟁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는 약소국의 비결은 무엇인가? 1959년 시카고 대학 출판사에서 펴낸 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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