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05.06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숲 속에서 길을 잃어 헤매고 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우지끈거리는 소리가 났다고 하자.
이런 상황에서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대응이 가능하다. 앞뒤 가릴 것 없이 일단 튀는 방법과 침착하게
소리의 크기와 성격을 분석하여 심각하면 튀고 대수롭지 않다고 판단되면 그냥 무시하는 방법이 있다.
효율적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해주는 후자가 훨씬 적응적일 수 있다.
효율적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해주는 후자가 훨씬 적응적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우리는 대체로 에너지 낭비고 체면이고 고려할 겨를도 없이 무조건 튀고 본다.
허구한 날 툭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몸을 피하느라 번번이 에너지를 낭비하며 살았던 인간에 비해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 상황에서도 합리적으로 생각하느라 노력했던 지나치게 논리적인 인간은
자손을 그리 많이 남기지 못했다.
어쩌다 한 번이라도 판단이 잘못되면 그걸로 삶이 마감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대부분 비겁한 인류의 후손이다.
그 옛날 원시시대의 우리 조상은 그저 본능(本能)대로 살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문명사회로 접어들면서 본능에 충실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겨났다. 기껏해야 작은 나룻배나 타던 시절에는 배가 뒤집히기 시작하면 지체 없이 본능적으로 물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점점 더 커다란 배를 만들어 타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본능에 따라 살기 어려워졌다. 이번 세월호 침몰 때에도 갑판이나 배의 가장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곧바로 위험을 감지하고 배를 떠날 수 있었지만 선실 깊숙이 있던 우리 아이들은 위험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지능이 낮은 동물일수록 위기에 강하다. 자고로 침몰하는 배에서 가장 먼저 뛰어내리는 자가 바로 쥐이고, 당황하는 쥐의 몸에서 가장 먼저 뛰어내리는 자가 벼룩이다. 본능의 힘은 위대하다.
본능의 영역을 상당 부분 지능에 양도하는 바람에 위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어눌해진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그 옛날 원시시대의 우리 조상은 그저 본능(本能)대로 살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문명사회로 접어들면서 본능에 충실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겨났다. 기껏해야 작은 나룻배나 타던 시절에는 배가 뒤집히기 시작하면 지체 없이 본능적으로 물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점점 더 커다란 배를 만들어 타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본능에 따라 살기 어려워졌다. 이번 세월호 침몰 때에도 갑판이나 배의 가장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곧바로 위험을 감지하고 배를 떠날 수 있었지만 선실 깊숙이 있던 우리 아이들은 위험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지능이 낮은 동물일수록 위기에 강하다. 자고로 침몰하는 배에서 가장 먼저 뛰어내리는 자가 바로 쥐이고, 당황하는 쥐의 몸에서 가장 먼저 뛰어내리는 자가 벼룩이다. 본능의 힘은 위대하다.
본능의 영역을 상당 부분 지능에 양도하는 바람에 위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어눌해진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략이 바로 학습이다.
위기에 닥치면 논리적 사고가 불가능할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것만이 본능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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