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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60] 토미 리 존스와 앨 고어

바람아님 2014. 5. 1. 17:48

(출처-조선일보 2012.05.07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최재천 교수2012년 하버드예술상(Harvard Arts Award)은 '맨 인 블랙(Man in Black)'으로 우리 영화 팬들에게도 

친숙한 토미 리 존스(Tommy Lee Jones)에게 돌아갔다. 

총 50여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세 번이나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그는 1993년 '도망자'에서 제라드 형사 

역을 열연하여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1982년에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교수형을 당한 살인자 

개리 길모어의 삶을 다룬 TV 영화로 에미상을 받기도 했다.


거친 외모 덕에 주로 터프 가이 역을 도맡아 하는 그가 하버드대를 나온 엘리트라는 걸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또한 그가 앨 고어(Al Gore) 전 미국 부통령과 기숙사 룸메이트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더욱 드물다. 앨 고어는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조지 부시보다 무려 50만표를 더 얻고도 미국의 독특한 선거제도 

때문에 낙선하고 말았지만, 훗날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책과 다큐멘터리로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영화 '러브 스토리'의 작가 에릭 시걸(Erich Segal)은 실제로 존스와 고어를 보며 남자 주인공 올리버를 구상했다고 한다.

위키피디아에서 하버드대를 찾아보면 미국 최초의 코퍼레이션(corporation·법인 또는 기업)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하버드 법인은 실제로 어마어마한 기금을 운용하며 상당한 이윤을 남기는 기업이다. 

하버드대는 금년으로 개교 376주년을 맞는다. 이 세상에 거의 400년 동안 최고의 위치를 고수한 기업이 몇이나 있을까? 

도대체 하버드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하버드대 기숙사 사감으로 일하던 7년 동안 나는 존스와 고어 같은 룸메이트 조합을 수없이 많이 보았다. 

미식축구와 연극에 미친 존스와 상원 의원의 아들로서 정계 입문을 위한 준비를 해야 했던 고어가 한방을 쓰기는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하버드의 성공 비결은 바로 존스와 고어처럼 엄청나게 다른 성향과 능력을 소유한 학생들을 고루 선발하여 함께 

부대끼며 서로에게 배울 수 있도록 해주는 다양성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우리 대학들도 입학사정관제도를 도입하여 

다양한 학생을 뽑는다고는 하는데, 그 다양성의 폭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수능 만점자와 비보이가 한 교실에 앉아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