其他/최재천의자연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54] 연어

바람아님 2014. 4. 20. 19:20

(출처-조선일보 2012.03.26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가수 강산에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도무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신비한 이유처럼"이라고 
노래하지만, 동물행동학자들은 이제 연어가 어떻게 자기가 태어난 강물로 돌아오는지에 대해 퍽 많은 
걸 알고 있다. 한 고장의 강물들이 다 고만고만하겠지 싶지만, 연어는 서로 다른 지류 간의 미묘한 
화학적 성분의 차이를 파악하여 정확히 자기 고향을 찾는다.

이 같은 회귀행동을 이용하여 요즘 우리 지자체들이 연어 치어 방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원래 양양 남대천을 비롯하여 동해로 흐르는 강원도 하천에서만 하던 치어 방류가 어느덧 섬진강, 
밀양강 등 남해안 하천으로 번지고 있다. 공업도시 울산은 태화강 정화사업을 하며 방류한 연어가 
2003년부터 회귀하기 시작하여 2009년에는 자연 상태에서 부화한 치어가 바다로 돌아가는 단계에 이르렀다.

워낙 고급 어종인 연어는 산업적 부가가치도 높고 그들의 회귀는 강의 생태계가 그만큼 건강하다는 뜻이므로 환경 이미지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지자체마다 대규모의 인공부화장 또는 연구센터를 건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쯤 해서 우리보다
먼저 방류를 시작했고 그에 따른 추적 연구도 수행한 선진국의 시행착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단 연어가 회귀한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히 반가운 일이지만, 그건 아주 작은 시작일 뿐이다. 자연생태계의 섭리는 우리 인간이 손쉽게 주무를 수 있을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선 인공부화장에서는 자연생태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짝짓기 과정이 아예 생략되거나 상당히 약화되어 있기 때문에 
자손세대 유전자의 질적 저하가 일어난다. 게다가 자연에서 연어의 부화율은 10%가 채 되지 않는 데 비해 생산량을 높이기 
위하여 최적의 조건을 갖춘 부화장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유전자형도 모두 치어로 자란다. 또한 아무리 훌륭한 부화장이라도 
공간적 제약에 의한 운동량 부족 때문에 양식 치어는 대체로 머리와 지느러미의 크기가 현저하게 작으며 장거리 여행에 필요한
지구력도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우리의 인공 부화와 방류의 노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자연생태계의 연어 개체군은 
점점 더 허약해질 게 뻔하다. 
인간의 탐욕이 강산에가 절규하듯 "지친 어깨 떨구고 한숨짓는" 연어를 양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