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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64] 노출의 계절과 피부 보호

바람아님 2014. 5. 5. 20:18

(출처-조선일보 2012.06.04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날이 따뜻해지면서 걷기·자전거타기·골프는 물론, 수영까지 야외 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피부 관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피부의 주적은 단연 자외선이다. 자외선이란 가시광선과 X선 사이의 파장을 

지닌 광선으로서 피부 노화를 촉진하고 과다하게 쬐면 피부세포의 DNA를 파괴하여 피부암을 

유발할 수 있다.

지금 시중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자외선 차단제가 나와 있다. 그리 대수롭지 않게 아무 제품이나 사서 

적당히 바르고 나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의학계에서는 벌써 오랫동안 이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피부과 의사들은 UV-B 차단 정도를 나타내는 SPF 지수는 20 이상, UV-A 차단 

효과를 나타내는 PA 기호는 두 개 이상의 제품을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은 얼굴에만 검지의 끝 마디 둘 정도, 여성은 한 마디 반 정도의 양을 발라야 한단다. 

이는 한참을 문질러도 허옇게 흔적이 남는 상당한 양이다. 게다가 자외선 차단제는 계속해서 땀에 씻기고 햇빛에 파괴되기 

때문에 적어도 4~5시간마다 다시 발라야 한다.

그런데 이 부담스러운 지침을 준수하는 데에는 몇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이 지침을 너무 정확하게 열심히 잘 따르다 보면 오히려 피부가 햇빛을 받아 비타민 D를 합성하는 순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 

의사들은 특히 피부가 약해진 노년층에 차단제 사용을 강권하지만, 비타민 D의 결핍은 골다공증을 악화시키거나 여러 

내분비계 질병을 일으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반면에 지침을 정확히 따르지도 않으면서 일단 차단제를 발랐다는 사실만 

믿고 평소보다 훨씬 장시간 햇볕에 나가 있으면 그만큼 더 큰 발암 위험을 안게 되는 것이다. UV-A와 UV-B 중 하나만 

차단해주는 연고나 크림을 바른 채 안심하고 돌아다니는 것도 지극히 무지한 일이다.

햇살이 좋다고 갑자기 뛰어나갈 게 아니라 일년 내내 적절한 야외활동을 통해 자외선에 적절히 노출되어 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한여름이 되어 바닷가에 나갈 때에야 비로소 자외선 차단을 걱정하면 너무 늦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외선 지수는 여름보다 오히려 봄에 더 높게 나온다. 

"봄볕에 며느리 밭일 보내고 가을볕엔 딸 내보낸다"는 우리 옛 속담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