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11. 12. 00:10
진보적 이상주의 바이든… 전쟁 장기화로 비판 여론 커져
“우크라의 나토 가입에 대해 애매한 태도로 푸틴 자극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휴전 여론 힘 실리고 러시아 관계 복원 계기 마련돼
외교는 사자의 용맹보다 여우의 교활함이 더 필요
러시아 푸틴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논란을 빚는 대목이 있다. 2021년 말부터 당장에라도 전쟁이 터질 듯한 상황이었는데도 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용인하겠다는 듯한 제스처로 푸틴을 자극했느냐는 것이다. 바이든은 푸틴, 그리고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와의 회담에서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주권 국가의 선택 사항”이라며 나토의 동진(東進)을 멈추라는 푸틴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랬던 그가 2년 7개월여 전쟁으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 지금에 와서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긋는다.
1991년 소련 몰락 이후 본격화된 옛 소련 위성 국가들의 나토 가입은 유럽의 안보 지형에 직결되는 예민한 문제였다. 2014년 친서방 정책으로 러시아에 크림반도를 뺏겼던 우크라이나는 자국 안보와 러시아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토 가입을 추진했던 반면 푸틴은 같은 뿌리의 옛 소련 연방국이 서방 편에서 총부리를 겨눈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푸틴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 그 전까지 사이가 좋았던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나토에 가입하려는 조지아를 침공했다는 소식을 무덤덤하게 통보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푸틴의 호전성을 바이든은 왜 간과했을까? 트럼프도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바이든이 전쟁을 부추겼다”며 미국의 지원을 요구하는 젤렌스키를 “지구 최고의 세일즈맨”이라고 비꼬았다.
전쟁에 지친 유럽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회의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극우 세력은 물론 대(對)러시아 강경파였던 영국에서조차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우리도 러시아와의 관계 복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으로 수교한 러시아는 한국에 대한 긍정 평가가 90%를 넘을 정도로 한국을 좋아하는 나라다.
19세기 독일의 명재상 비스마르크나 20세기 최고의 외교가 헨리 키신저는 그 어떤 이념이나 가치보다 국익을 우선했다. 지금이야말로 지도자에게는 사자의 용맹보다 여우의 교활함이 더 필요한 때다.
https://v.daum.net/v/20241112001014855
[조형래 칼럼] 끝이 보이는 우크라戰, 한·러 관계 복원할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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